우리 아이 한글공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좋을까. 쉽고 재미있게 익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는 ㄱㄴㄷ’과 ‘개구쟁이 ㄱㄴㄷ’은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글자그림책이다. 한글 닿소리 14자와 그 소리를 담은 다양한 낱말들을 그림으로 풀어놓았는데, 어찌나 기발하고 재미있는지 아이들의 생각주머니 키우는데도 도움이 될 듯 싶다.
‘생각하는 ㄱㄴㄷ’은 여느 글자그림책처럼 사물을 그저 그려놓은 게 아니라, 사물의 이름에 들어가는 닿소리 모양대로 그려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자신의 책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가 한글 자모의 간결한 논리성에 매료돼 작업에 참여했다는 폴란드의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나 흐리엘레프스카의 그림은 외국인의 솜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글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변주해 보여주고 있다.
책의 구성도 매우 독특하다. 왼쪽 페이지에는 해당 닿소리가 들어가는 낱말을 활용한 큰 그림이 차지하고, 오른쪽 페이지는 9개 칸으로 분할해 8개의 낱말 그림을 배치하고 가운데 칸은 그 닿소리가 들어가는 색깔을 담았다. ‘ㅂ’ 항목을 보자. 큰 그림은 누군가 수돗물을 틀어놓고 비누로 손을 씻는 모습을 ‘ㅂ’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두 마리의 ‘뱀’이 서로 몸을 꼬고 있거나, 결혼식장에서 ‘반지’를 주고받는 신랑·신부, ‘바람’에 흔들리는 두 그루의 나무, ‘빗’질하는 여자아이의 모습 따위가 그려져 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야, 이 그림 속에는 어떤 낱말이 숨어있을까" 하고 묻는 식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 책을 다 뗐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그 닿소리가 들어가는 다양한 낱말들을 찾아 그림으로 그려 보게 하는 것이 어떨까.
‘모기와 황소’ 등으로 잘 알려진 그림책 작가 이억배씨가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린 ‘개구쟁이 ㄱㄴㄷ’은 개구쟁이 아이의 하루를 닿소리 14개로 풀어놓았다. ‘ㄱ’에는 나무의 ‘구멍’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를 찾느라 구멍 속을 ‘기웃기웃’ 하는 꼬마아이가 나온다. 그밖에도 그림 속에는 가방 개미 거미 등 ‘ㄱ’이 들어가는 사물이나 동물이 그려져 있어 숨은 그림 찾는 재미도 선사한다. 노래처럼 리듬감 넘치는 글도 우리 말의 맛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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