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통일부 기자실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콩고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됐다는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의 발언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또 유전이냐." "정 장관이 웬 콩고 유전?" 이라며 웅성대던 분위기는 통일부의 재빠른 해명으로 곧 정리됐다. 하지만 그가 왜 엄삼탁 전 병무청장과 관련된 괜한 의혹을 사야 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은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현재 온 나라를 흔들고 있는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에도 정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허문석 코리아크루드오일 대표가 정 장관을 두 차례 만나 북한산 모래 반입문제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승인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정 장관은 한동안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다.
정 장관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다. 통일부 장관이 대북사업자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업무이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하다 보니 외교문제에도 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유력한 대권주자에 대한 야당의 흠집내기 정치공세로 보이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통일부 내에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허탈해 하는 직원들도 있다. 남북관계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사안에 부처가 휘둘리고 있지 않나 우려해서다.
정 장관은 허씨의 사업에 관심을 보였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장관이야 누구든 맘대로 만날 수 있다지만 한껏 과장된 사업자의 말에 기대를 걸었을 그의 처신은 본인에게도 해가 됨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일부 장관은 그 어느 장관직보다 엄중한 자리다. 특히나 지금 남북관계는 정 장관이 전력투구해도 풀릴 가능성이 있을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꼬여있지 않은가.
정상원 정치부기자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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