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역사분쟁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의회로 옮겨졌다. 미 하원 아·태 소위원회 (위원장 짐 리치 의원)가 20일 ‘변화하는 일본’을 주제로 연 청문회는 일본의 국제안보 역할 확대와 미일 동맹의 방향을 점검하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최근 동북아의 역사 갈등에 대한 진단과 전망도 함께 쏟아졌다.
증언으로 출석한 미 학계 전문가들은 동북아 역사 분쟁을 한·중·일의 민족주의 충돌로 이해하면서 그런 갈등이 일본의 역할 확대를 바라는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토머스 버거 보스턴대 조교수는 일본의 민족주의는 대외팽창을 지향했던 전전(戰前)과는 달리 ‘일본도 당당하게 서야 한다’는 방어적인 수준이라면서 "한국과 중국에서 대중(大衆)지향적 정치세력이 흥하는 시기와 겹치면서 분쟁이 격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국제안보의 부담을 미국과 분담하려는 것이 의도치 않게 지역 내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레너드 소파 버지니아대 조교수는 "일본 정치인과 교과서 검정관들의 말과 행동이 일본이 과거의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이웃 국가에 심어주었다"며 "이웃의 반일 감정이 촉발된 일부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밝혔다.
소파 교수는 특히 일본 정치인들의 우경화 유혹을 우려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민족주의적 수사로 인기를 높이려 할 것이며 그 유혹은 일본 국민의 중국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 바뀌면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일 동맹의 미래에 대해 버거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후에도 양국 관계는 더욱 밀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년 사이 군사력 팽창에 거부감을 가졌던 사회당과 공산당이 사실상 와해되는 내부 정치적 요인과 동북아의 이웃들로부터의 소외감이 커지는 외부적 요인이 겹치면서 일본 정치인들이 더욱 미국에 기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버거 교수는 대미 관계가 너무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데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일본 국민은 지금까지는 국방정책의 변화를 용인하고 있지만 동시에 일본이 미국에 너무 쉽게 조종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미일 동맹의 미래를 위해 한미 동맹 관계의 변화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문도 따랐다. 소파 교수는 "한국의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미국의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그 동안 보수 기득권층을 편애했다는 그들의 인식"이라며 "이 현상이 일본에서 재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야당이 집권할 때 협력할 준비도 해 나가야 한다"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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