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라는 이유로 부인과 직장으로부터 버림받은 뒤 다시 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자에게 법원이 온정을 베풀었다. 박모(37)씨는 2002년 9월 절도죄로 3년 6개월을 복역한 뒤 "다시는 과거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각오로 한 전자부품회사에 생산직 사원으로 취업했다. 박씨는 회사에서 모범사원으로 표창을 받을 만큼 열심히 일했고 이듬해 12월에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동료와 연애 끝에 결혼도 했다.
그러나 너무 빨랐던 박씨의 성공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박씨는 입사 2년만에 조장으로 승진하게 됐는데 승진 심사과정에서 박씨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취업한 것이 드러나 곤경에 처했다.
뒤늦게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부인과는 잦은 다툼 끝에 이혼했고, 올해 초에는 평생직장으로 삼고 싶었던 회사마저 그만뒀다. 박씨가 힘들게 쌓아올린 행복과 희망은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퇴사 후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던 박씨는 2월 서울 신촌에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시간이 남아 들른 한 대학 졸업식장에서 사람이 붐비는 틈을 타 한 여성의 지갑을 훔쳤다.
범행 직후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후회한 박씨는 부근 화장실로 가 현금 5,000원이 든 지갑을 그대로 버렸지만 때마침 순찰을 돌다 박씨의 모습을 수상히 여긴 경찰관에게 붙잡혀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박씨의 이런 안타까운 사연에 눈길을 돌렸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안기환 판사는 21일 동종 전과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은 박씨에게 "피고는 재범이며 죄질이 불량하지만 출소 이후 성실히 살았으며 죄를 깊이 뉘우친 점을 참작한다"며 징역 6월의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