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여고생 이미한(17)양이 19일 링컨박물관(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개관 행사에서 일제시대에 한글사전을 편찬하다 옥고를 치른 외증조부 정인승(1897~1986) 박사와 자유를 연관시킨 에세이를 낭독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내빈들의 갈채를 받았다.
메릴랜드주 조지타운 데이스쿨 11학년생인 이양은 케이블방송 C-SPAN이 링컨박물관 개관 기념사업으로 주최한 에세이대회에서 5,400여 참가자를 제치고 대상 수상자로 뽑혀 수상작을 낭독했다.
‘새로운 국가, 새로운 세기, 새로운 자유’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이양은 "증조부께서는 일본 정부가 한글 사용을 금지했던 1940년대 최초의 한글사전을 편찬하다 체포되셨다"며 "개인의 사상을 형성하고 나누는 매개체인 언어를 금지한 일본 정부의 행위는 곧 사상을 박해하는 것이라고 믿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의 자유는 나이와 인종, 성, 지위, 언어를 초월하는 자유를 의미한다고 믿는다. 자유를 누리되 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승 박사는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한 뒤 1935년 조선어학회 이사가 되면서 ‘큰사전’ 편찬 업무를 주재하다 투옥됐다. 이후 건국대 교수, 학술원 회원 등을 지냈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양은 미 식품의약청(FDA) 병리학자인 아버지 이종훈 박사와 조지 타운대 영문학과 박유미 교수의 외동딸로 아버지의 외할아버지가 정 박사이다.
개관 행사를 중계한 C-SPAN은 이양이 "미국 내 그 어떤 대학도 들어갈 수 있는 높은 SAT(미국 수능시험) 점수를 받았다"고 칭찬했으며, 이양의 낭독 직후 단상에 오른 부시 대통령은 "자유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표현한 미한양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양은 교내 수학팀 팀장 및 아시안 소사이어티 회장, 컬버크 수영팀 선수로 활약중인 우등생이다. 대상으로 상금 1,500달러를 받은 이양은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놀랐다"며 "그저 숙제로 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에세이 콘테스트는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 길이인 272 단어를 넘지 않는 선에서 ‘링컨과 새로운 자유의 탄생’을 주제로 쓰는 것이다.
시카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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