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막해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2005 전주국제영화제’(www.jiff.or.kr)는 벌써부터 매진 행진 중이다. 11일 오전 10시 예매사이트가 오픈하자마자 2시간25분만에 개막작인 ‘디지털 삼인삼색’이 매진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고, 현재도 ‘매진’ 마크가 붙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둘러 예매해야 할, 놓치지 말아야 할 여섯 편의 영화를 꼽아 봤다.
◆ 나의 개 봉봉 (Bombon-El Perro)
카를로스 소린 감독, 아르헨티나, 2004
20년간 일해 온 주유소에서 어느날 쫓겨나 실업자가 된 중년 남성 코코 앞에 어느날 하얗고 커다란 개 봉봉이 등장한다. 말 없는 사내와 무표정한 개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 과정을 담고 있다. 평화로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팍팍한 일상조차 아름답게 그려내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 인사이드 딥 스로트 (Inside Deep Throat)
펜튼 베일리·랜디 바바토 감독, 미국, 2004
포르노의 정체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를 모아 심야에 상영하는 ‘핑크 다큐의 밤’에 선정된 작품이다. 1972년 2만5,000 달러의 저예산으로 6일 만에 만들어졌지만 극장에서만 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뜨거운 사회적 반향을 불러 모았던 포르노의 고전 ‘목구멍 깊숙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하드코어 장면이 일부 삽입되어 있다.
◆ 세계 (The World)
지아장커 감독, 중국, 2004
중국 6세대 대표 감독 지아장커 감독의 작품이다. ‘세계공원’의 댄서인 따오와 공원 순찰관인 따이셩은 연인 사이다. 따이셩은 고향 가는 길에 만난 디자이너 쿠오에게 마음이 끌리고 따오는 그녀에게서 탈출구를 찾고자 한다. 에펠탑, 세인트 폴 성당 등 지구의 축소판인 세계 공원을 배경으로 중국이 처한 상황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 왕후 심청(Empress Chug)
넬슨 신 감독, 한국 북한, 2005
워너 브라더스의 멤버들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으며 국내외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넬슨 신 감독의 작품. 첫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신 감독의 지휘 하에 7년 만에 완성된 수작이다. 스토리는 원전의 골격을 따르고 있으나 어드벤처의 성격이 강화됐다. 2003년 앙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특별상 수상작이다.
◆ 레드 라이트 (Red Lights)
세드릭 칸 감독, 프랑스, 2003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을 영화화한 ‘권태’로 명성을 얻었던 세트릭 칸의 최신작이다. 찌는 듯 더운 날 부부싸움을 한 앙트완과 헬렌. 사라진 헬렌을 찾던 앙트완은 낯선 남자를 태웠다가 악몽 같은 하룻밤을 겪는다. 낯선 느낌의 걸작 스릴러다. 추리작가 조르주 심농의 소설을 옮겼다.
◆ 사라방드(Saraband)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 스웨덴, 2003
단 4명의 등장 인물과 10개의 짧은 장으로 이뤄진 ‘사라방드’는 베르히만의 말을 빌면 "4명의 솔로이스트와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이다. ‘결혼풍경’(1973)의 커플 요한과 마리안이 30년 만에 재회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를 강렬한 클로즈업으로 풀어가는 대가의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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