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미동맹 등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거칠게 비판했다. 한미 간 국익이 걸린 협상 사안들을 전체 맥락에서 보지 않고 한미갈등 측면만 부각하는 일부 보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려는 뜻은 이해되나 논리 비약이 심하고 용어 구사가 매우 부적절했다고 본다.
‘안보장사’라는 표현만 해도 그렇다. "과거 북한의 위협을 갖고 안보장사를 하던 언론이 이제 한미동맹을 흔들고 국민 불안감을 조성시켜 새로운 안보장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는데 이게 어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대통령 참모가 공개석상에서 입에 올릴 말인가. 감정적인 용어와 거친 화법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일장 훈시조의 언사에서 언론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까지도 느껴질 정도였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을 일으킨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란 표현과 관련한 조 수석의 설명도 핵심을 벗어났다. 대통령의 진의가 왜곡됐다면 말꼬리 잡기식으로 증폭된 논란의 본질을 이성적으로 짚어야 했다. 그런데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들이 한국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얘기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또 다른 논란을 유발시키고 있으니 대통령을 바로 보좌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환기에 처한 한미동맹 관계를 놓고 각자의 정서나 선입견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국익이라는 기준이 있겠지만 자신들의 견해와 다르다고 해서 안보장사가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고위공직자가 기자들을 불러모아 훈시조로 국익 논리를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견해를 존중하면서 절제된 용어와 치밀한 논리에 의한 국정홍보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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