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봉 4주차에 접어든 ‘올드보이’는 27개 극장에서 8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며 전미 박스 오피스 40위에 오르는 등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올드보이’에 대한 현지 일부 언론들의 혹평 때문에 한국 영화 팬들은 예민해져 있다.
사실 그 혹평이란 것들을 보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혹평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는 주로 살아 있는 낙지를 목으로 넘기는 장면에 대한 놀라움과 인종 차별적인 시각일 뿐이다.
일단 산낙지.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5일자 리뷰에서 "산 낙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과 망치로 사람들의 머리를 내리 치는 장면 등이 예술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시작한 이후, 15일자 보스턴 글로브도 "주인공이 산낙지를 먹는 장면에 이르면 관객들의 이 영화에 대한 호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샌 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도 산낙지 장면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산낙지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인종차별적 언급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뉴욕 옵서버라는 주간지는 "생마늘과 배추를 썩혀 만든 김치를 먹는 한국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라는 어처구니없는 ‘영화평’을 써댔다.
호평만이 난무하는 분위기는 위험하다. 혹평이 줄어 들고 대신, ‘너무도 아름다운 영화’ ‘경탄할 만한 영상 미학’ ‘주인공들의 완벽한 연기 호흡’ 등 찬사만 늘어 놓거나, 냉정한 혹평 대신 감독이나 주연 배우의 인터뷰라는 방법을 택해 당혹스러운 입장을 피해가는 경우도 많다. 또는 ‘이건 나쁘지만 저건 좋고’ 하는 식의 두루뭉술한 평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올드보이’에 쏟아진 혹평을 죽 살펴 보면 새삼 ‘악의적’ 혹평이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건 마치 엄마가 차린 진수성찬 앞에서 생뚱 맞게 식탁 위의 먼지를 지적하거나, 또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 두 시간에 걸쳐 치장하고 나선 여자친구에게 일주일 전의 잘못을 끄집어 내 싸움을 거는 것과 같다.
미국 내에서의 평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밖에 없는, 또 할리우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지만 악의에 찬 사소한 트집에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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