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긴장 높아가는 北核 / 北·美 충돌로 치닫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긴장 높아가는 北核 / 北·美 충돌로 치닫나

입력
2005.04.21 00:00
0 0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대결국면이 심상치 않다. 양측이 양보 없이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최근 영변 5MW급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연료봉을 재처리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미국도 이에 뒤질세라 유엔 안보리 회부 등 추가 제재 가능성으로 압박했다. 북한 핵 문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아지는 상황이다.

북한의 강경 행보는 2·10 외무성 성명에서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할 때부터 예견됐다. 원자로 가동 중단에 이어 폐연료봉 재처리 의사 표명은 이 선언을 뒷받침하는 추가 조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말로 할 수 있는 압박책은 이미 다 썼고 남은 것은 실질적인 행동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폐연료봉을 인출하는 작업은 2개월 정도 걸릴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고온의 폐연료봉을 냉각하는 작업을 거치면 8,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플루토늄 추출과 재처리를 거쳐 핵무기 제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까지 해법이 모색되지 않으면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북한의 추가 조치들이 ‘협상용 카드’가 아닌 ‘핵무기 보유 기정사실화’를 노리는 경우다. 부시 행정부에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해온 북한이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자 차라리 실질적인 핵 보유국이 되는 쪽으로 선회했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외무성 담화에서도 ‘군축회담’을 주장하며 이 같은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무기 보유량이 늘어날수록 북한의 선택 카드는 늘어나고 그 만큼 미국은 곤혹스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태도도 완강하다. 미국은 북한이 어떤 협박성 발언을 하더라도 무시전략으로 일관하며 냉랭하게 대처하고 있다. 마치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때리겠다는 결론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결국 북한이 카드를 모두 꺼낸 만큼 미국이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북핵 문제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이 북한을 협상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한다면 대결 분위기는 갈수록 농후해질 수밖에 없다. 한 정부당국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 군사 억지력으로 사용하기 전에 미국이 포괄적인 타개책을 내놓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밝혔다.

북미 대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정부는 위기가 고조될수록 역설적으로 해법이 마련된다는데 희망을 걸고 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 시도와 미국의 핵시설 폭격 검토 등 최악의 대결국면 직전에 양측이 극적인 타협을 했던 전례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막판 대타협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시 미 행정부는 너무 완강하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강경파 목소리 커져/ 美인내 점차 한계 수준에

플루토늄 추가 재처리를 위한 북한의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 발표 이후 북한 핵 문제의 안보리 상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국 관리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의 반응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 기류이다.

북한의 발표 전까지 안보리 상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미 관리의 답변은 북한에 6자 회담 참가를 촉구하는 선을 넘지 않았다. 회담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거부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부연하는 게 대체적인 톤이었다.

그러나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이 알려진 후인 18일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거부가 계속될 경우 취할 ‘다음 조치’를 언급했다.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안보리 회부"라는 표현까지 들어가며 가능성 있는 조치가 될 것임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실세인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이 이웃의 말을 듣지 않으면 "더 큰 세계의 견해"를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간표 설정에 관한 질문에는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듣고 있다"고 답해 관련국들이 회부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단계임을 암시했다.

이 발언들은 6자 회담 재개를 거부하면서 핵 개발의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의 ‘장외전’에 대한 미국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부시 정부 내에서는 중국을 통한 우회적 대북 압박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의 대북 정책 궤도 수정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믿는 6자 회담의 틀을 허무는 것은 지난 2년간 취해온 대북 정책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미 관리들은 "여전히 6자 회담이 상황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국무부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게 관리들의 공식 반응"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회부가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찮다. 회부를 반대하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입장을 돌리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북한이 더 도발적인 행동을 하면 미국의 대북강압 입장이 지지를 받겠지만 큰 변화가 없다면 다른 나라의 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안보리 회부는 미국이 당장 사용할 카드라기보다는 대북한 압박의 필요성을 환기하면서 북한 제재에 대한 국제적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을 때를 위한 예비용 카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안보리 회부여부 美와 논의 가능" 對北압박카드 활용 내비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0일 내외신 정례 회견에서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 문제는 한미간에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이 문제를 포함한 향후 전략은 상황을 봐가며 한미간에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또 "이 문제가 우리 정부의 북핵 대책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불가피하게 이 문제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현 상황에서 안보리 회부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이날 통일 당정협의 결과와 뉘앙스 차이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반 장관 발언은 현 단계에서 안보리 회부 문제를 말할 계제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상황이 악화해 안보리 회부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실제로 대처해야 할 국면이 찾아올 수도 있음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핵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안보리 회부라는 대북 강경 카드가 협상 전술로 활용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자 미국은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시사했다.

"북한이 가동을 중단해 재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우리 정부는 이를 심각히 우려한다. 미국 관리들의 발언은 현재 진행중인 관련국들의 6자 회담재개 노력이 성공하지 않을 경우 상정할 수 있는 대안을 얘기한 것이다. 한미간에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중인 것은 없다."

-당정협의에서 북한의 안보리 회부 반대입장이 나왔다.

"향후 절차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라고 본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인내심이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미국과 모든 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회담장에 돌아오지 않는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 안보리 회부 문제를 포함해 모든 전략적 문제는 한미간 상황전개를 봐가며 협의할 사항이다."

-안보리 회부는 우리의 북핵 대책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나.

"구체적으로 말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방북 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이 아니다. 6월은 6자회담 중단 1년이기 때문에 북한도 국제사회 여론을 참작해서 회담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북측이 경제발전과 안전보장을 위해 전략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미국인보다 더 친미적 사람’중에 외교부 관리도 포함된다는 얘기가 있다.

"흔히 친미파 친중파라는 말의 뜻은 우리의 국가이익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국익을 수호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외교부에 그러한 의미의 친미파는 없다. 국익만이 우리의 절대적 기준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