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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실질총리제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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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실질총리제로 가야한다

입력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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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국무총리 간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나누어 국정을 운영하기로 하고, 이에 맞게 업무를 조정하고 총리실을 보강한 것에 대하여 총리실이 너무 강해졌느니 정당성이 없느니 하는 시비가 있다.

지난날 한국의 대통령제는 대통령 1인이 만기친람하며 독주하는 양상을 보였다. 잘 모르는 분야까지 대통령이 나서 이런 저런 지시를 하고 내치의 세세한 것까지 관여하다 보니 대통령이 가진 역량, 능력, 가용시간과 인적·물적 자원 등에서 한계가 있음에도 무리한 국정운영으로 많은 실수와 오류들을 빚었을 뿐 아니라 정작 대통령이 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손도 못 대고 물러나는 것을 반복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통일의 업무와 국가 백년대계인 국가적 과제(national agenda)를 맡고, 일상적인 내치와 대(對)국회 관계 등은 국무총리가 중심이 된 내각이 맡도록 하는 ‘실질총리제’였다. 이는 대통령이 만능인이 아님과 능력, 가용자원, 임기 등에서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여 이를 전제로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며, 이를 통해 행정부의 권력을 분점시키고 분점된 구조를 통하여 제왕적 대통령제도 극복하자는 것이다.

제헌헌법 이래 채택된 대통령제하의 국무총리제는 입헌군주제 하에서 군주를 보좌하는 내각제도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1868년 명치유신을 단행한 일본에서 1885년 태정관제도를 폐지하고 서양의 내각제도를 받아들여 내각관제를 마련하면서 내각과 내각총리대신을 둔 것이 그 시초이다. 이러한 것이 1889년 ‘대일본제국헌법’에 제도화되어 천황을 보좌하는 내각제도로 되고 그 총수가 내각총리 대신이었다. 일본이 받아들인 서양의 내각제도는 프로이센 제국의 군주를 보좌하는 내각제도였다. 이 제도는 1894년 갑오개혁 때 일본에 의해 총리대신으로 군주국인 조선에 등장하였고, 1895년 내각관제의 제정으로 내각과 내각총리대신제도로 실시되다가 이듬해 폐지되었다.

이는 다시 1911년 중국에서 신해혁명 이후에 미국의 대통령제를 받아들인 ‘중화민국임시약법’상의 대총통을 보좌하는 제도로 받아들여졌고, 오늘날과 같은 국무총리라는 이름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이는 1919년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한민국임시헌법’에도 그대로 수용되었고, 1923년의 ‘중화민국12년헌법’에도 이어졌다. 1931년 수립된 만주국에서도 군주인 집정(執政) 부의(溥儀)를 보좌하는 제도로 정부조직법에 수용되었다. 내각은 국무원이었고 그 총수가 국무총리였다. 이 제도가 1948년 제헌헌법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할 때 대통령을 보좌하는 시스템으로 같이 수용되어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무총리제도는 본질에서 군주를 보좌하는 시스템이고 의원내각제의 수상과는 성질을 달리하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질총리제 하에서도 국무총리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정을 총괄·분점하고 국정의 책임은 대통령이 지므로 정당성에서는 문제가 없다. 행정부의 분점 운영에서는 총리실은 종래와 달리 일을 많이 하는 부서로 될 수밖에 없으므로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총리실의 비대를 비난할 것은 못된다.

문제는 이런 실질총리제에 걸맞게 각 부처 장관에게 자율성을 충분히 주고 총리가 행정부를 잘 조정·총괄하며 대국회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여 내치를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고 있느냐 하는 것과 대통령은 외교·국방에 힘써 국제질서에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넓히고 국가적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느냐 하는데 있다. 실질총리제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와 성과를 충분히 내는가 하는 것에 논의의 초점을 모아주는 것이 이 땅에 성공한 대통령이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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