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은 바흐에서 출발하는 서양 고전음악의 뿌리지만 우리에겐 대체로 낯설다. 악기도 연주법도 달라서 더 그렇다. 2, 3년 전부터 외국 연주자나 단체가 잇달아 와서 고음악을 그 시대 악기, 방식대로 소개하면서 애호가도 조금씩 늘고 있지만, 한국인에 의한 연주나 연구는 거의 없어 마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같다.
알고 싶어도 참고할 책이 없다. 대구의 의사 김현철씨가 쓴 ‘르네상스 음악의 즐거움’(1996)이 거의 유일했는데, 모처럼 체계적인 입문서가 하나 나왔다. 고음악·민속음악 평론가 박창호씨(55·사진)가 쓴 ‘클래식의 원시림 고음악’(현암사 발행)이다. 이 책은 중세·르네상스·바로크 시대 음악을 시기별로 개관하고, 추천 음반을 소개하고 있다. 시대별로 교회에서 주로 쓰던 종교음악과 궁정이나 민간의 세속음악으로 구분해 음악양식의 변천과 나라별 특징을 설명했다. 낯선 음악용어가 계속 나오고 이론적 설명이 많아서 다소 딱딱하지만, 고음악의 숲을 돌아다니는 데 지참할 지도나 나침반이 될 만 하다는 점에서 반갑다.
"화성 위주의 고전·낭만음악에 비해 고음악은 단선율이거나 각 성부가 독립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단조로운 감이 있지요. 하지만 고음악 선율에 숨은 아름다움과 순수한 음향은 마음에 여유와 안정감을 줍니다. 고음악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영국의 음악잡지 ‘그라모폰’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음악을 조사했더니, 비발디의 ‘사계’와 바흐로 나왔죠. 비발디와 바흐가 고음악의 마지막 완성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고음악에 벌써 입문한 셈입니다."
지은이는 본래 철학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자랐지만, 고음악에 빠진 것은 1986년 프랑스 유학 이후라고 한다. 작은 성당과 교회에서 고음악이 자주 연주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어 자료를 모으고 음반을 들으면서 그 세계로 발을 들여놨고, 귀국 1년 전인 1995년부터 음악잡지에 글을 쓰거나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고음악을 소개해왔다. 이번 책이 이론 중심의 입문서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 감상에 초점을 둔 고음악 안내서를 따로 낼 계획이다.
글 오미환기자 mhoh@hk.co.kr 사진 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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