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던 중 가만히 앉아 창 밖 정원의 나무를 바라다보다가 생각나는 대로 출석부를 만들어 이름을 부르듯 대관령 아래 시골집 마당가의 나무들을 한 번 세어 보았다.
앵두나무, 체리나무, 살구나무, 매화나무, 자두나무, 포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머루나무, 산수유나무, 감나무, 모과나무, 고욤나무, 석류나무….
지금 적은 것은 꽃이 피는 순서보다 열매가 익는 순서를 따라 적은 것이다. 저 나무 가운데 체리나무는 아깝게도 벌써 20년 넘게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런데도 할아버지가 심으신 나무여서 베어낼 수가 없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많은 나무가 마당가와 텃밭가에 심어져 있다. 장미 라일락 배롱나무 닥나무 뽕나무 목단 두릅나무 엄나무 헛개나무 단풍나무 주목 층층나무 참나무 목련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노간주나무, 그리고 뒷산 가득 소나무.
이렇게 일하기 싫은 날은 언제나 그 그늘 아래로 돌아가고 싶다. 그 아래 자리 한 잎 깔고 앉아 꽃과 바람과 함께 놀고 싶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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