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36·사진)의 노래가 담고 있는 이별의 미학은 ‘부디’ ‘너의 결혼식’ ‘배웅’ ‘애니’ 등에서 보여준 체념과 약간의 궁상으로 압축할 수 있다. 실연의 상처에 긁힐 때마다 그의 노래에 위로 받아 온 팬들은 새 노래의 담담함에 놀랄 지 모른다. 타이틀곡 ‘너에게 간다’만 해도 가슴을 찌르기 보다는 자연스레 느낌에 빠져들게 하는 식이다.
"26, 27살 때는 그리우면 미칠 것 같았어요. 이별 후 슬픔의 농도도 대단했고…. 옛날에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100%였다면 지금은 한 22%?" 노인네 같은 말투다. "친구의 이별 소식을 들어도 옛날에는 ‘정말? 왜? 왜, 헤어졌는데?’라고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면 이제는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말아요. 20대부터 죽 봐온 1번부터 100번까지의 연애담 중 하나쯤이겠지, 하는 거죠."
10집이라는 데 방점은 찍지 않았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제일 잘 하는 걸 했다"고 한다. "발라드 정공법!" 4년 동안 꾸준히 써 온 곡을 모은 게 10집이다. "후배들한테도 곡을 많이 쓰라고 이야기 해요. 지나고 보면 음반은 자신의 한 시기가 들어 있는 일기장 같은 건데, 급히 작업하면 나중에 기억 나는 게 없어요."
새 음반에는 그의 일상이 구석구석 묻어난다. 미래의 신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러브보트’에서는 노총각의 쓸쓸함이, 휴일 창문에 턱 괴고 있다 들었다는 ‘노스케줄’에서는 지독히 나른한 그의 오후가 느껴진다. 여전히 괴롭히는 사랑의 기억은 ‘몬스터’에 담겨 있다. 지독한 연애는 안 해 본지 오래다. "사랑 노래를 많이 부르니 내가 특별한 사랑을 한 줄로 알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과 다름 없을 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립다’ 한 마디면 될 것을 유별나게 표현하니까 그렇게 보일 뿐이죠."
그 동안 ‘논스톱4’ 등 시트콤 출연, ‘2시의 데이트’(MBC FM4U) 진행 등으로 가볍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새 음반 제목 ‘비하인드 스마일’이 말하듯 "마냥 밝고 즐겁지는 않았다"고 한다. 조만간 ‘올드보이’ 제작진이 참여하는 영화 ‘야수와 미녀’에 (단역이지만) 출연할 예정이고 6월16일부터는 술친구이기도 한 이현우와 합동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2시의 데이트’에 출연했던 유명 역술인에게 물어보니 "여복은 없고 대신 죽을 때까지 돈 벌 팔자"라고 했다. "10집 잘 되면 멋진 집도 마련하고, 손해 많이 본 ‘신스타운’(자신의 회사)사도 일으켜 세워, 멋진 독신남으로 살 것"이라는 그의 너스레가 조금 쓸쓸해 보이면서도 유쾌하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