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와 전라도가 사라지게 될까. 정치권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구상을 보면 막연한 얘기는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도를 없애는 대신 전국을 1개 특별시(서울)와 60개 정도의 광역도시를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한나라당도 특별시와 광역시·도를 폐지하고 100만~200만명 규모의 광역 행정단위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적어도 다층적 구조로 돼 있는 행정구역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정권마다 추진해 온 해묵은 과제다. 조선 세종조 8도 체제를 기본으로 일제 식민통치 편의성에 의해 짜여진 시도-시군구-읍면동 3단계 행정구역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지적돼 왔다. 교통의 발달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고 인터넷으로 실시간 행정수요 파악이 가능한 오늘날 다층적 행정구조는 비효율의 상징이다. 행정기관 간의 업무중복과 불필요한 예산낭비도 막대하다. 무엇보다 현행 시도체계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낳는 기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와 공무원의 반발, 주민들의 이해관계, 여야의 이해득실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역대 정권도 번번이 포기한 만큼 지난(至難)한 과제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권의 당리당략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행정구역 개편을 둘러싼 이해득실 계산이 분주하다고 한다. 이래서는 될 일도 안 된다. 행정수도 이전보다 더욱 파괴력이 큰 행정구역 개편은 국민적 합의가 절대적인 만큼 정략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와 학계에서 먼저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 후 정치권에서 마련한 안과 함께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식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권이 주도하면 선거구 획정 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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