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제동과 여론의 비판으로 잠시 주춤하는 듯 했던 은행권 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다음달 16일부터 현행 2,000원인 증명서 발급수수료를 전산발급의 경우 3,000원, 창구발급의 경우 5,000원으로 인상한다.
담보물건 감정에 소요되는 자체감정 수수료도 현재 2만~5만원에서 3만~10만원으로 오르며 회계법인에 발급되는 은행거래 조회서는 5,000원에서 5만원으로 10배 인상된다.
하나은행은 이와 함께 현재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한도약정 대출금에 대해 7월부터 한도약정액의 0.5%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증명서 발급수수료 등의 경우 이미 다른 은행들이 모두 인상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올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9일부터 인터넷 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1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 전용통장인 우리닷컴 통장 회원에 대해서는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관련 수수료를 500원에서 300원으로 내리기로 했으나 이 통장을 제외한 다른 모든 통장의 경우 인터넷 이체수수료를 500원에서 6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자동화기기 수수료 인하 등의 움직임을 보였던 다른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은행권은 현행 수수료 수준이 인건비 등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입장인데다가 금융 선진화를 위해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어 수수료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금감원의 눈치를 보느라 소폭의 수수료 인하 시늉만 내고 곧바로 대폭적인 인상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실제 올해 이뤄진 수수료 인하는 국민은행이 외국환거래 관련 송금수수료와 외화수표 수수료 등을 송금액 등에 따라 5,000~1만원 정도 인하한 것을 제외하면 자동화기기 수수료 100~200원 인하가 전부다.
그나마 지난달 일찌감치 발표된 자동화기기 수수료 인하의 경우 5~6월경에나 시행되는 등 적용시점이 최대한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올들어 시중은행에서 이뤄졌거나 이뤄질 예정인 10여건의 수수료 인상 내역을 보면 수천원에서 최대 5만원에 이르는 등 인상폭이 상당히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수수료 처리 내역을 보면 대출금리는 빨리 조정하면서 예금금리는 천천히 조정하는 행태가 연상된다"며 "은행들은 수수료 수준이 낮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원가분석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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