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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의 방법' 펴낸 평론가 유종호씨/ 좋은 詩 '제대로·온전히'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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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의 방법' 펴낸 평론가 유종호씨/ 좋은 詩 '제대로·온전히' 느끼게…

입력
2005.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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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詩)가 있는데, 저만치 빤히 보이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지도 느끼지도 못할 때 그는 못 배기겠는가 보다. 또 그는, 혹 보더라도 엉뚱하게 보고 엉터리로 느낀다 싶으면 기어이 나서 바로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문학평론가 유종호(연세대 특임교수) 씨다. 그러니 시에 대한 그의 애정은, 누름돌 쳐내고 용출하는 공격적 열정을 닮았다. 그가 ‘시 읽기의 방법’(삶과 꿈 발행)을 냈다. 좋은 시를 제대로 고르고 온전히 느끼는 안목을 전하는 책이다.

그는 책에다 김소월 정지용의 백석 등 주로 오래된 시인의 시에다 최승호 나희덕 등의 최근 시 10여 편을 얹어, 모두 50편의 시와 시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단순히 해설이라고 했지만, 그의 해설은 생경한 시어들을 설명하고 시상(詩想)의 흐름을 자상하게 안내하면서도, 각각의 시가 이룬 다양한 성취의 결을 돋우며 세밀하게 각을 달리하는 빗질 같은 것이다. 그렇게 한 묶음씩 돋워올린 성취의 타래들을 모아놓고 보면, 그게 어느 새 좋은 시가 갖춰야 할 것과 좋은 시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론이 된다. 그는 개별의 형식으로 보편의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소월의 시가 지닌 이미지의 힘을 들어 "관념보다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모더니스트 김기림이 도회적 소재에서 감각과 감정의 변화를 끌어내는 맛을 부각시킨다.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들며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터인 이 작품에 어려운 구석이 있다면 어째서 이 백석 시편이 20세기 한국 시 최상의 작품 중 하나인가 하는 것을 이해하는 점일 것"이라며, "읽어서 모를 데가 없으면 초심 독자들은 얕잡아 보는 경향"을 비판한다.

시 읽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널리 함께’보다 ‘제대로 온전히’에 무게를 둔 듯하다. 그것은 우선 직업적 소명의식에서 비롯하는 것이겠지만, ‘제대로’가 ‘널리’에 이르는 지름길이자 바른 길임을 말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박종화의 ‘석굴암 대불2’에서 그는 일제시대 작품이면 무조건 정치적 함의를 찾아내려는 ‘우리 사이의 과장된 상투성’을 꼬집은 뒤, 박종화 시에 밴 간결하지만 간곡한 ‘지사비추(志士悲秋)의 정’을 평가한다. 그가 관행을 먼저 비판한 것은 월탄의 시를 추어올리기 위한 수사학적 대비가 아니라, 남용된 분칠로 얼굴이 묻히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시의 텍스트를 제대로 해석하지도 못한 채 성급하게 평가하는 것은 시를 호도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덴 상처 가리듯 움찔거리게 만드는 것도 그의 말과 글이 주는 맛이다.

그는 이미 ‘시란 무엇인가’ ‘다시 읽는 한국 시인’ 등의 저서를 통해 우리 시의 전도사 역을 고집스레 맡아왔다. 그 까닭을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시에 대한 이해는, 언어예술에서 시가 차지하는 중요도에 비해 깊지 못하다. 올바른 안목을 키워주고 싶다. 둘째, 20세기 한국 문학에서 시문학이 이룬 성취는 소설보다 높다고 본다. 20, 30년대의 소설은 읽기도 힘들고 낡은 느낌도 주지만 시는 안 그렇다. 그것은 소설이 사회를 반영한다면 시는 시인의 내면을 비추기 때문이며, 그래서 시에는 사회적 소음이 끼어 들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며, 시가 삶의 본질에 한 발 더 닿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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