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기만 하세요. 동네 어른들이 잘 키워 줄게요."
작은 농촌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출산장려금과 장학기금을 조성, 저출산 해소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충남 홍성군 홍성읍 구룡리 동구마을 마을회와 고암2리 노인회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급되던 출산장려금 이외에 별도의 마을 출산장려금과 신생아 장학기금을 조성해 지급키로 했다.
두 마을은 신생아 출산 시 군에서 나오는 30만원과는 별도로 마을회 차원에서 30만원을 더 주기로 했다. 초등학교 입학생에게도 1인당 10만원의 축하금을 주기로 하고 최근 마을회 규약을 새로 만들었다.
고암2리 노인회는 지난달 15일 회의를 열고 홍성읍에 주소를 두고 고암2리가 고향인 주민의 올해 출생 자녀에 대해 둘째 아이까지 5만원, 셋째 이상 자녀에게는 10만원의 축하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주익상 노인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 마을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들어 본 지 오래"라며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룡리 동구마을도 마을총회를 열어 마을기금에서 출산장려금과 입학축하금을 지급키로 하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3명의 어린이들에게 처음으로 입학축하금 10만원씩을 지급했다. 출산장려금은 올 연말에 태어날 정일권(34)씨의 둘째 아이가 첫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이 마을에 신생아가 태어나는 것은 거의 2년반 만이다. 강학규(39) 동구마을 이장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농촌인구의 연령비 불균형을 해소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이농을 막고 고향에 대한 애착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뜻에 출향인사들도 마을기금과 출산장학기금으로 쓰라며 성금을 선뜻 내놓고 있다. 이 마을 출신으로 서울에서 사는 김성근(39)씨는 "출산장려운동이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향 마을 사람들을 한 데 묶는 계기가 됐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고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