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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가 바뀐다/ 1만원-녹색·5,000원-적황색·1,000원-청색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구별 쉬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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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가 바뀐다/ 1만원-녹색·5,000원-적황색·1,000원-청색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구별 쉬워져

입력
200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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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발행될 새 지폐는 한 마디로 ‘잘 생기고 똑똑한 돈’이다. 등장인물은 그대로지만 날씬해진 크기, 화려한 색상, 세련된 디자인, 여기에 첨단 위·변조 차단장치까지 갖춤으로써 22년만에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탈바꿈을 하게 됐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선진국들은 6~7년에 한번씩 바꾸는 지폐를 우리는 1983년 이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아프리카 국가보다도 뒤떨어지고 말았다"며 "위조기술에 맞서 화폐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크기 현재 161×76㎜인 1만원권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3㎜, 7㎜씩 줄어 148×69㎜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화폐 평균치 사이즈로, 미국 달러화(156×66㎜)에 비하면 가로는 약간 짧고 세로는 약간 길다.

이 정도 크기면 외제지갑에도 쏙 들어간다. 새 화폐의 세로 길이는 모두 같지만 액면이 작아질수록 가로는 6㎜씩 짧아진다. 5,000원은 가로가 142㎜, 1,000원권은 136㎜가 되는 것이다.

◆ 색상과 디자인 = 1만원권은 현재의 녹색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황갈색 계통인 5,000원권은 적황색으로 바뀌면서 붉은 톤이 한층 짙어지며, 1,000원권도 보라색에서 청색으로 변경된다. 지금은 5,000원권과 1,000원권을 어두운 곳에선 분간하기 어려운데, 새 지폐는 야간에도 구분할 수 있다. 한은은 기본 색상도 그냥 단색으로 처리하지 않고, 복합컬러를 가미함으로써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한다는 방침이다.

등장모델은 바뀌지 않지만 전체 디자인은 대폭 변한다. ‘한국은행권’ ‘만원’ ‘10000’ 같은 지폐의 글씨체도 바뀔 것으로 보이며, 문자 숫자 문양 등도 조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예술적 세련미를 한층 가미하겠다"고 말했다. 지질도 오래 사용하고 촉감이 좋아지도록 개선된다.

◆ 위·변조 차단장치 = 홀로그램 광가변(光可變)잉크 요판잠상(凹版潛象) 등 7가지 첨단기능이 새로 들어간다.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색상이 달라지는 얇은 필름이다. 엔화나 유로화 앞면에 은박지 스티커처럼 생긴 손톱크기의 부착물이다. 한편에서 보면 문양이, 다른 편에서 보면 숫자가 나타나고, 또 다른 쪽에서 보면 글자가 보인다. 홀로그램은 전량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화폐제조비용이 올라간다.

광가변잉크는 지폐 액면숫자에 사용하는데, 빛의 반사각도에 따라 숫자의 색상이 달리 보인다. 현재 50유로짜리 지폐에 채택되고 있으며 첨단스캐너로도 완전복사가 되지 않는 첨단 위·변조방지장치다.

요판잠상이란 지폐를 비스듬히 기울여서 보면 숨은 문자나 문양이 나타나도록 하는 오목인쇄기술이다. 미세하지만 입체로 인쇄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사가 불가능하다. 이밖에 현재 지폐 앞면 한 가운데 세로 점선으로 되어 있는 ‘노출 은선’은 빛에 비춰봐야 선이 드러나는 ‘숨은 은선’으로 바뀔 전망이다.

한은은 첨단 위·변조차단장치는 1만원권과 5,000원권에 주로 설치하고, 위조가 적은 1,000원권에는 일부 채택하지 않을 방침이다.

◆ 고액권 문제 = 새 은행권 발행 방침이 확정됨에 따라 화폐제도개선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로써 리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단위변경)과 고액권 발행문제는 당분간 거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발행 불가방침을 분명히 했고, 이 문제에 강한 집착을 보였던 박 승 총재도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이든 고액권 발행이든 현실적 필요성이 존재하는 한,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한은 역시 내놓고 말할 형편은 못되지만, 새 지폐 통용까지 1~2년의 시간이 있는 만큼 그 전이라도 고액권 발행 이슈가 다시 공론화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 새 지폐로 교환할때 무제한·무기한·무기명

내년 상반기부터 새 지폐가 발행되면 일선 금융기관에서 구권을 신권으로 바꿔주는데, 여기엔 무제한, 무기한, 무기명 원칙이 적용된다. 즉, 금액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기간제한 없이 아무때나 바꿀 수 있으며, 누가 언제 얼마를 바꾸든 신분확인 같은 신원노출 염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새 화폐가 발행되면 혹시 돈을 바꾸는 과정에서 자기신분이나 재산이 노출될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새 화폐 발행은 1960년대 이뤄졌던 통화개혁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부터 새 화폐가 발행되면 별도의 인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대략 1년 안에 90%이상 자연스럽게 신권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1년의 교체시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구권은 구권대로 ‘영구히’ 액면가치를 인정 받는다. 일선 금융기관에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교체업무를 중단하겠지만, 한은에선 10년 혹은 20년이 지나 일상 상거래에선 더 이상 구권이 통용되지 않더라도 옛 1만원권이나 5,000원권을 신원 확인없이 바꿔준다.

새 지폐가 발행되면 ‘장롱 속 현금’을 끌어내는 효과도 기대된다. 비록 일부지만 아직도 재산노출을 염려해 금융기관에 가지 않고 현금을 수 억원씩 금고에 보관해두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신권발행 및 교체과정에서 이런 ‘잠자는 현금’이 자연스럽게 양지로 나오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구권과 신권 교체기인 내년이후 1년간 위조지폐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신·구권이 뒤섞여 사용될 이 기간엔 구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이 틈을 타 위조구권이 범람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 "교체비용 최대 수조원"

새로운 화폐 발행은 엄청난 비용 부담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비용 부담을 4,700억원 선으로 추정했지만, 경우에 따라 최대 수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 새로운 수요 창출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정작 자동화기기 핵심부품 등을 공급하는 일본업체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지적도 높다.

18일 한국은행이 추정한 새 화폐 발행 비용은 ▦화폐 제조 비용 1,900억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금자동출금기(CD) 등 자동화기기 교체 비용 2,200억원 ▦각종 자동판매기 교체 비용 580억원 등이다.

그렇지만 실제 부담은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전면 교체가 불가피한 ATM기의 경우 대당 교체 비용이 2,500만원으로 전국 3만5,000여개 ATM기를 모조리 바꿀 경우 1조원에 육박하는 비용(8,700억원)이 들어간다. 물론 한은은 통상적인 ATM 교체 주기를 5년으로 잡고 이에 따른 비용 감소분을 차감했지만, ▦실제 교체 주기가 이보다 훨씬 길고 ▦상당 기간 구권과 신권 전용 ATM기가 동시에 운영돼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실제 비용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자판기나 CD 교체 비용 역시 한은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추산했다는 지적이 높다.

여기에 구권 화폐 교환에 따른 은행 인력 부담 가중, 자동화기기나 자판기 운송 설치에 따른 인건비 등 각종 간접 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신권 발행의 경기 부양 효과는 속단하기 이르다. 한틀시스템 청호컴넷 한네트 동양시스템즈 등이 주식 시장에서 ‘화폐 교체 수혜주’로 꼽히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핵심 부품 수입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일본으로 새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화기기 공급업체인 노틸러스효성 관계자는 "ATM기의 핵심 모듈이나 CD기의 센서 모듈 등 핵심 부품은 거의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일본 업체들이 한국 화폐 교체를 호기로 삼고 있어 정가 수입이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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