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린 시절 독일에 대해 궁금했던 것(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린 시절 독일에 대해 궁금했던 것(2)

입력
2005.04.19 00:00
0 0

"느덜 전에 여기 살다가 시내로 이사 간 초당집 석주 아저씨 알재?" 어느 날 어머니가 두 형에게 물었다. 나도 그 아저씨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집안에서 알아주는 수재였다. 그러나 집이 너무 가난해 혼자 서울에 올라가 고학으로 힘겹게 대학을 마친 다음 더 공부하고 싶은데도 그러지 못하고 어느 회사에 취직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석주 아저씨가 어느 날 갑자기 광부가 되어 독일로 갔다는 것이었다.

그때도 나는 독일이라는 나라가 궁금했다. 어른이 된 다음에 보니 석주 아저씨처럼 공부를 더 하고 싶어 광부가 되어 독일로 떠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중에 독일에서 광산 일이 서툰 ‘신삥들’ 말고 진짜 광부를 보내 달라고 하자 파독 광부의 실기 요건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강원도 도계에 요즘 서울 강남의 ‘3개월 속성 서울대반’ 학원처럼 석주 아저씨 같은 사람들을 위해 ‘두 달 속성 파독 광부 양성과정’까지 생겨났을 정도라고 했다.

석주 아저씨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곳에서 한국 간호사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며, 십 수년 전 부모님 산소에 한번 다녀갔다는 소식만 쓸쓸하게 들었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