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미국 증시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연일 하락장세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주가 폭락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한국에서도 18일 주가가 22.25포인트나 급락, 920선대로 주저앉았다. 8일 992.17이던 주가가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6일 만에 1년 은행 정기예금 금리(3%)의 2배가 넘는 6.7%나 폭락한 셈이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단연 무기력한 미국 증시의 영향 탓이다. 정훈석 동원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급락하며 나스닥지수는 1,900선, 다우지수는 1만선을 위협당하는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불안감이 확산됐다"면서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한 한국 증시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가가 떨어진 미국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쇄도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등에 투자한 돈을 빼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향후 주가 흐름도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해 19일 이후에도 미국 증시가 추가 급락할 경우, 전세계 증시의 동반 추락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주가는 900선 아래로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크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술적 분석상 미국 증시가 추가 하락하면 종합주가지수가 890~900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정훈석 연구원도 "미국 증시가 더 떨어지면 기술적 분석이 무의미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고, 자칫 악순환 구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적립식 펀드 환매요구가 잇따를 경우 하락 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금유입→주가상승→자금유입’ 등 선순환 경로로 주가를 끌어올린 적립식 펀드가 이번엔 ‘자금이탈→주가하락→투자심리 위축→자금이탈 촉진→주가하락’ 등 악순환 구조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은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는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그러나 외부 충격에 의해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점만 제외하면 지난해 4월과는 달리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월에는 국내 수급이 워낙 안 좋아 두 달간 주가가 200포인트나 폭락했으나, 이번에는 그런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도 "하락 폭이 깊어질수록 현재의 조정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실적 관련 모멘텀은 인텔의 실적 발표 결과에 달렸다"고 밝혔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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