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직 신의 가호만을 기다릴 뿐이다."
내달 15일로 예정된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의 발사를 앞두고 미국인들의 눈과 귀는 온통 한 여성에 쏠려 있다. 2003년 2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의 공중폭발 이후 2년 만에 재개되는 미국의 우주 비행을 진두지휘할 에일린 콜린스(48) 디스커버리호 선장이 그 주인공.
1991년 우주비행을 처음 시작한 콜린스 선장은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비행사(95년),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선장(99년) 등 수많은 ‘최초’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지금까지 30여 종의 우주선을 타고 총 6,000여 시간의 우주비행을 했으며 우주체류 시간만 500시간이 넘는다. 남성들도 감히 넘보기 힘든 최고 경력의 베테랑 우주인이다.
뉴욕주 엘미라 출신인 콜린스는 어린 시절 부모의 장기별거 등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소녀는 창공을 마음껏 날 수 있는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피자가게 종업원으로, 골프연습장에서 공을 줍는 일을 하며 학비를 벌어야 했던 그는 19세때 주경야독 끝에 조종사 자격증을 따냈다. 대학졸업 후엔 공군에 입대해 꿈에 그리던 조종사가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여성은 전투기를 조종할 수 없다’는 규정에 가로막혀 정작 조종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비행 교관, 공군사관학교 수학교수를 전전하던 그는 우주비행사로 진로를 바꾼다. 전투기 조종사에 비해 여성에 대한 직접적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90년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선발시험을 통과한 그는 남다른 열정과 실력으로 불과 5년 만에 디스커버리 부조종사에 발탁됐다. 이 역시 ‘전투기 조종사를 거쳐야 우주선 비행사가 될 수 있다’는 나사의 불문율과 싸워 거둔 승리였다.
콜린스 선장은 2003년 2월 귀환 도중 폭발한 컬럼비아에 대해 누구보다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바로 옆 사무실을 썼던 컬럼비아호 승무원들과 가족같이 지냈고, 바로 한달 뒤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선장으로서 컬럼비아호의 재비행을 이끌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간 컬럼비아 승무원들은 누구보다 절친한 친구들이었고 지금도 무척 그립습니다. 이번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그들과 더욱 가까워지게 될 겁니다." 컬럼비아호 참사를 지켜본 동료로서 이번 우주비행이 두려울 법도 하지만 그는 "우주 왕복선은 더욱 안전해졌다.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면서 우리는 더 영리해졌고 더 강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4살과 9살짜리 남매의 어머니인 콜린스 선장은 동료 비행사들 사이에선 ‘엄마’로 통한다. 그만큼 매사에 자상하고 기댈 만한 존재라는 뜻이다. 한 동료 비행사는 "남다른 결단력을 지닌 훌륭한 지도자"라고 존경심을 표시한다. 콜린스 선장은 5월 15일~6월 3일 승무원 7명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디스커버리를 운항한 뒤 귀환할 예정이다. 이들은 2003년 컬럼비아호와 마찬가지로 장비운송과 점검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무를 무사히 마쳐 우주개발의 바통을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넘겨줄 수 있게 되길 기원합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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