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북한 영변의 5㎿급 원자로 가동 중단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이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는 6자 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북핵 문제가 결정적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은 이날 "원자로 가동이 중단된 듯 하다"며 전날 외신 보도를 확인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발 빠르게 대응한 것 같다.
기술적으로 원자로 가동 중단은 핵 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전을 중지해야 원자로의 폐연료봉을 빼낼 수 있고, 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원자로 가동중단이 보수 등 다른 이유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지만, 최근 북한의 심상치 않은 언급과 움직임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이 8,000여개의 연료봉을 모두 교체한다면 최소 2기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12∼14㎏ 가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폐연료봉을 빼냈다 해도 당장 전부를 재처리할 수는 없다. 원자로에서 바로 빼낸 폐연료봉은 초고온이어서 수개월의 냉각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의 의도다. 북한이 "향후 핵무기고를 늘리겠다"는 2월10일의 외무성 성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폐연료봉을 빼냈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북한이 지난달 말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다. 6자 회담은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액면 그대로 믿어준다면, 원자로 중단은 무기와 무기급 물질을 보다 많이 확보, 사실상의 군축협상으로 끌고 가겠다는 속셈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이 원자로 가동 중단 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가동중단에 대한 북한의 진의는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으나 6자 회담은 험로를 걸어야 할 듯하다. 한국과 미국은 내주로 예정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추가 플루토늄 확보에 나서면 강한 대응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미 양측은 심각한 대치를 할 것이며 북핵 위기 지수는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국과 중국의 중재자적 입지는 매우 약해지고 한반도는 초긴장의 격랑에 휩싸이게 될 수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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