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계와 언론계를 뒤흔들었던 라이브도어와 후지TV의 M&A(인수·합병) 공방이 마침내 일단락됐다. 인터넷 포털 라이브도어와 미디어 공룡 후지TV는 18일 후지TV의 지주회사인 니혼방송의 경영을 둘러싸고 벌였던 2개월간의 이전투구를 끝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라이브도어는 보유하고 있는 니혼방송 주식 전량을 후지TV에 매도하고, 후지TV는 라이브도어에 자본참여를 한다는 것이 화해안의 골자다. 양사의 업무제휴에 대해서는 인터넷과 방송을 융합할 수 있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합의했다.
라이브도어 사태는 지난 2월 8일 라이브도어가 장외거래로 니혼방송 주식을 대량 매입하며 시작됐다. 프로야구 구단 인수전에 참가해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2) 라이브도어 사장이 거대 민방 후지TV를 삼키기 위해 적대적 M&A 방식으로 니혼방송의 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펼쳐지고, 후지TV를 도우려는 백기사로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SBI)가 나서는 등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 연출됐다.
이번 사태는 세가지 관점에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32세의 청년 사장이 보여준 강렬한 개성이다.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책도 쓴 호리에 사장은 보통 일본인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직설화법을 사용해 애증(愛憎)의 표적이 됐다. 특히 그에 대한 선호도는 세대간의 충돌 양상을 보였다.
일본의 경영 관행상 낯설었던 M&A에 대한 논란도 불붙었다. 호리에 사장이 시간외 거래라는 비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니혼방송을 장악한 것에 대한 질타와 "호리에야 말로 자본주의를 전진시켰다"는 찬사가 엇갈렸다. 일본 언론들은 건방지고 돈만 아는 것 같은 호리에 사장에 대해 대체적으로 비판적이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이 주주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업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일본의 대기업들이 적대적 M&A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속속 마련할 정도로 일본적 경영관행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사실이다.
방송과 뉴미디어의 융합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모일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신문과 방송을 없애가느냐가 문제"라는 거친 말로 집약된 호리에 사장의 언론관을 놓고 언론계와 학계에서는 심각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사회적 관심을 ‘호리에몬 현상’이라고 이름붙였다. ‘호리에’라는 이름에 ‘라이브도어’의 ‘도어’를 의미하는 ‘몬(門)’을 붙인 신조어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그가 돌출분자인지, 아니면 경제 변화를 이끄는 선구자인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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