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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2) 양정고등학교 (1905.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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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私學] (2) 양정고등학교 (1905.5.12~ )

입력
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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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가르쳐 키워 마음을 바르게 한다(몽이양정·양심정기

蒙以養正·養心正己)." ‘바른 인간을 기른다’는 창학이념과 교훈을 갖고

1905년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민간사학인

양정고(학교법인 양정의숙)가 5월12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양정고는 선교사 등에 의해 세워진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종교적인 색채가 없는 순수 민족사학임을 앞세워 지금까지 5만여명에 달하는 양정인을 배출해 왔다.

양정고는 새로운 100년을 맞아 세계 속의 명문으로 웅비할 꿈을 키워가고 있다.

세계 속의 양정이 목표 양정고는 100주년을 맞아 ‘바르게 100년 세계로 100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마련했다. 이제는 국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 속의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21세기 인재를 육성하는 큰 틀로 ‘정보화와 세계화’를 제일 목표로 삼았다.

먼저 정보화 시대에 맞게 교육의 장을 인터넷으로 확장한 ‘사이버 스쿨’을 내년 말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교사와 학생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기존의 인터넷 시스템을 더욱 확장해 세계의 명문 학교들과 실시간 교류할 수 있는 범 세계적인 교육 인터넷 망을 갖출 계획이다. 어학교육을 위한 외국 학교 교사 및 학생들과의 이메일 교환을 시작으로 공동 연구활동, 화상회의, 교육 및 학점 교류까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 갈 예정이다.

온라인 국제교류 외에도 학생들이 오프라인에서도 생생한 어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이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원어민 교사를 초청해 회화 시간을 별도로 운영하는 동시에 매년 5명의 학생을 선정해 일본 등으로 단기 학생 교류를 해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캐나다 알바타주 캘거리 교육위원회와 자매결연을 해 방학기간 동안 일부 학생들을 연수 보내기로 했다.

또 양정고는 럭비부와 농구부 등이 일본의 고교와 자매 결연해 국제교류를 하고 있는 것에 더해 1998년 자매결연한 러시아 모스크바 1086한민족 학교와의 교류를 확대해 학생들이 ‘세계 속의 한민족’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늘려간다는 복안이다.

양정고는 이런 학교 발전 프로그램을 계획대로 진행시키기 위해 동문들을 대상으로 한 기부금 모금에 나섰다. 기부활동 촉진 차원에서 건물 이름에 동문의 이름을 헌정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내년 경기 남양주시의 대지 15만8,000여평에 가족 휴양지인 ‘양정 패밀리 랜드’를 건립하는 등 수익사업을 통해 재정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100주년 행사 다채 양정고는 2001년 ‘양정창학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조직해 100돌 기념 행사를 준비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개교 기념일 변경. 양정고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개교기념일을 10월1일에서 5월12일로 변경한다. 양정고는 1913년 조선총독부 교육령에 의해 전문학교였던 양정의숙이 폐교되고 양정고등보통학교로 강제로 개편된 날인 10월1일을 그간 개교기념일로 삼아왔다. 이에 학교는 최근 황성신문 1905년 5월15일자 보도에 양정의숙의 개교 기념일이 5월12일로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10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 원래대로 복원키로 한 것이다.

100주년 기념 사업사업회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100주년 기념관 건립. 순수히 동문들의 기부금을 통해 마련할 예정인 기념관은 총 건평 660평에 3층 건물로 설계를 마쳤으며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인가까지 받았다.

또 100주년 기념탑도 개교기념일인 5월12일 준공할 예정이다. 원형에 탑신 높이가 4.8c에 이르는 기념탑은 동문들이 직접 보내온 석재로 최종 마감을 했으며, 여기에는 100주년을 축하하는 동문 선배들의 글들이 새겨지게 된다. 기념탑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45회 졸업생 우정상 경원대 환경대학원장이 설계했다.

이밖에 1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문화 스포츠 행사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1937년 한국 최초의 고교 산악부로 출발한 양정산악회는 지난달 18일 양정고에서 ‘에베레스트·로체 원정대’ 발대식을 가졌으며 현재 현지에서 정상 정복을 준비 중이다. 또 지난해 옛 교정이 있던 자리인 서울 중구 만리동에 21회 졸업생인 고 손기정 선생을 기리는 ‘손기정 기념관’을 개관했으며, 이달 29일에는 100주년 기념 문집인 ‘양심정의 사람들’ 출판기념회, 양정밴드부 출신 동문들로 구성된 ‘양음회 신춘 콘서트’를 개최한다. 5월1일에는 양정체육회 주최로 양정 동문체육대회를 열고 5월10일에는 사학 100년에 대한 학술포럼을 전경련 회관에서 연다. 12일 개교기념일에는 100주년 기념탑 제막식 외에 양정 100년사 등 각종 기념품을 넣은 100년 타입캡슐(2105년 개봉)을 봉인한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 걸어온 길/ 순수 민족자본 양정의숙서 시작 이희승·윤석중·손기정등이 동문

양정 100년의 역사는 1905년 2월 엄주익 선생이 세운 양정의숙에서 시작된다. 종교와 무관한 최초의 민간 사립전문학교인 양정의숙은 당시 3년제로 법률학과 경제학을 가르쳤다. 1907년 개교 3년만에 재정난에 부딪쳤으나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영친왕의 생모인 귀비 엄씨가 토지 200만평을 양정의숙에 기증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양정의숙은 일제강점기 이후 더욱 탄압을 받게 된다. 1913년 일제는 총독부의 조선교육령을 앞세워 양정의숙의 법률학과와 경제학과를 폐지하는 동시에 현재의 중·고교 격인 고등보통학교로 강등시켰다. ‘시설 기준미달’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웠으나 실제는 조선왕실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던 일제가 조선왕실의 후원을 받는 양정의숙을 의도적으로 핍박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양정고보는 일제 하에서도 수필 ‘딸깍발이’로 유명한 국문학자 이희승(1913년 양정의숙 졸), 아동문학가 윤석중(14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손기정(21회) 등 각계 유명인사를 배출하며 구국교육운동의 정점에 섰다.

1951년 현재의 중·고교 모습을 갖춘 양정고는 격변기였던 1960년대에도 민주화 대열에 앞장섰다. 60년 4월19일 1,000여명의 학생들이 교문을 박차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혁명대열에 동참했으며 이날 두 명이 경찰의 발포에 중상을 입기도 했다.

양정고는 개교 이후 체육 명문으로도 명성을 날려왔다. 손기정 외에 1950년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한 함기용(34회), 1971년 아시아대회 수영 2관왕에 오른 조오련(55회), 최근의 에베레스트 등반대까지 내로라 하는 ‘스타’들을 배출해 왔다. 또 매년 배재고와 치르는 럭비경기인 양·배전(배·양전)은 양교의 친목 도모를 넘어 국민적 관심이 큰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최영윤기자

■ 설립자 장손 엄규백교장/ "러시아내 한인학교와 국내 첫 교류 가장 보람"

"새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가 된 기분입니다."

1973년 교장에 부임한 이래 30여년 동안 줄곧 같은 자리에서 양정고를 이끌어온 엄규백(72·사진) 교장은 개교 100주년을 맞아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그는 "학교로서는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시기에 교장직을 맡고 있어 한편으로는 설레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깨가 더욱 무겁다는 것을 느낀다"며 "창학 100년을 계기로 세계 속의 양정이 되도록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설립자 고 엄주익씨의 장손이자 바로 전임인 고 엄경섭 4대 교장의 장남인 엄 교장은 원래 생물학자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 교수였다. 경기고와 서울대 생물학과를 나온 뒤 73년까지는 서울대에서 생물학과 교수로 일했다. 그러던 중 후임 교장을 맡으라는 선친의 강요에 6개월여를 버티다 결국 5대 교장에 취임하게 됐다. 대학과 고교라는 환경만 다를 뿐 후학 양성이라는 의미는 같다는 설득에 따라 수락했다.

엄 교장은 이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학교 발전에 매달렸다. 그 중 국내 고교로는 최초로 러시아내 한인학교와 교류를 시작한 것을 재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그는 "98년 모스크바 1086한민족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뒤 방학 때마다 국어교사를 파견해 러시아 내 한인들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쳤으며 2003년에는 자체 제작한 한국어교과서를 러시아로 직접 들고 가 증정식을 갖기도 했다"며 "조 바시리 전 러시아교민회장을 비롯해 200여명의 교민이 참가한 증정식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엄 교장은 "창학 때부터 면면히 이어온 교육입국이라는 애국적 전통을 계승해 앞으로 세계 유수의 명문들과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지난 100년동안 민족에 헌신하는 인재를 길러왔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재를 길러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문준모기자 moonj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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