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따내기 위한 대형 건설업체들의 공동사업 수주(컨소시엄)가 업체간 공정한 경쟁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담합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사 컨소시엄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나눠먹기 식으로 사업을 수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의 한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수주전이 예상보다 치열해지자 수주가 가장 유력했던 대형 건설사 2곳이 컨소시엄을 구성, 나머지 회사를 제치고 쉽게 사업권을 따냈다. 또 사업구역이 인접한 경우에는 건설회사들이 구역별로 나눠 수주입찰에 참가하는 대신 경쟁사가 입찰하는 다른 사업지에는 고의로 불참하는 식으로 업체간 수주를 간접적으로 밀어주기도 한다.
수백가구 규모의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에도 당초 내로라 하는 건설사들이 개별 수주에 나섰다가 연합해 공동으로 시공권을 따낸 사례도 있다.
수주담합에 의한 일부 대형사의 시장 독식은 중소 건설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을 소지가 높다. 대형사의 분양가가 중소업체에 비해 10~15% 가량 비싼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 담합에 따른 고분양가는 주변 단지로 확산돼 가격거품을 조장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집행부와 짜고 일반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 수백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건설사가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 건설회사에서 10여년간 재개발·재건축 영업을 담당했던 한 임원은 "모든 컨소시엄 사업을 나눠먹기식 담합으로 볼 수는 없지만 서울 강남권이나 수천가구 규모의 대형 단지 등 일부 사업지에서는 전략적 제휴를 가장해 고의적으로 경쟁을 피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할 경우 담합이나 고의적인 공정경쟁 회피 혐의 등으로 제재를 받을 업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회사 한 관계자는 "치열하게 수주전을 해봐야 남는 게 별로 없다"며 "100% 수주를 보장 받지 못할 바에야 수익이 줄더라도 경쟁업체와 손 잡고 나눠먹는 게 낫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컨소시엄 수주 담합 의혹이 실상에 비해 지나치게 악의적으로 부풀려져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공동 사업 수주는 불필요한 과당 경쟁을 피하고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제휴라는 주장이다.
S건설 한 임원은 "대형건설사는 통상 단일 사업으로 7,000~8,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여러 현장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특성상 한 사업지에만 ‘올인’할 수 없어 다른 건설사와 함께 수주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눠먹기식 공동 수주 관행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업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공정위의 적극적인 시장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을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나는 문제 사업지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발동, 담합 여부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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