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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경제 제3의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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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경제 제3의 길은

입력
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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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개혁의 아젠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모두가 언제나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 하고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경제의 개혁 과제와 진보적 대안에 대한 학계와 전문가들의 논의도 부진하다. 동북아와 2만 달러 시대, 양극화와 동반성장, 자유무역협정(FTA)과 외국 투기자본 규제 등 돌발적으로 이슈가 제기되고 있지만 일관된 이념으로서 경제 개혁의 아젠다로 모아지지는 않고 있다.

시장경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신자유주의라는 비판도 이제는 모두 상투적으로 들린다. 냉전 체제 해체와 지구화의 진전으로 국가 주도 발전 전략의 한계는 뚜렷해졌지만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제3의 길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한국 경제에서 제3의 길 모색은 모두가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개방과 연대, 혁신의 원리를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고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영국에서 제3의 길은 지구화 경향에 대응해 기존의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를 개혁해 신자유주의에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한국형 제3의 길도 능동적 개방전략을 통해 국가 주도의 발전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될 것이다. 개방 전략이 양극화, 사회적 비용, 민주적 제도의 약화를 초래하는 신자유주의적 전략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능동적이어야 한다. 밖으로부터의 압력에 밀려 지구화에 편승하는 형태의 수동적 개방전략은 준비 없는 개방으로 밀려가 문제를 미루고 부작용을 확대한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능동적인 개방을 지향한다는 신호를 경제 주체들에게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지구화에 적극적·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형 제3의 길에서 연대의 원리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개방과 보상의 교환체제 그리고 확장된 의미의 연대성을 의미한다. 개방형 경제의 선택은 전략적 수준에서 사회적 안전·보장 시스템 구축을 요구한다. 그러나 보상은 특수·개별적 보상보다는 포괄적·사회적 보상이어야 한다. 조합주의적 조직과의 협약을 통한 보상보다는 일반적인 사회복지체제 강화를 통한 보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조합에 속해 있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 고령 농민 및 저소득층, 아동 및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 강화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형 제3의 길은 개방이 주는 기회를 내부화하고 연대의 경제적 기초를 보장하는 혁신을 지향한다. 특히 단기주의적이고 편협한 효율성·안정성의 기준을 넘어 다양성과 창조성에 기초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다양성은 부단한 혁신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정부, 기업, 지역 및 시민사회 모두에 대해 새로운 시도가 적극 장려되고, 정부는 새로운 시도를 제한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위험을 흡수해 주어야 한다.

혁신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기업, 대학, 연구소 등 다양한 혁신 주체들 사이에 연계망을 확장·심화하고, 기업가 및 투자자와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함으로써 혁신에 필요한 자원과 유인이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의 혁신 활동이 활발한 데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저조한 곳에서는 혁신 주체 형성과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

개방과 연대, 혁신의 원리를 통합하여 하나의 이념형적 경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는 개방의 기회를 혁신의 역량으로 바꾸어내고, 개방과 혁신의 성과를 연대의 원리로 나누기 위해서 새롭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특히 국가는 이해관계자 집단의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이해를 중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공익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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