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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쇼 수준 돼가는 사망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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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쇼 수준 돼가는 사망보도

입력
200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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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폭스 뉴스의 앵커 셰퍼드 스미스는 "사실은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교황이 서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시청자들을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

문제는 스미스의 교황 서거 보도가 교황이 실제로 세상을 떠나기 26시간 전에 방송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인터넷을 검색할 때마다 두고두고 나오게 될 폭스 뉴스의 이 오보는 자매사 뉴욕 포스트가 작년에 망신당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뉴욕 포스트는 2004년 7월 민주당 대선 후보 존 케리가 러닝메이트로 딕 게파트를 임명했다는 특종을 터뜨렸다. 물론 오보였다.

한편으로 폭스의 황당한 실수는 오늘날의 문화를 평가하는 가장 정직한 잣대이기도 하다. 언론은 독자와 시청자가 열망하는 바로 그것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죽음’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망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스미스의 변명은 실은 명쾌한 지적이다.

현재 미국에서 죽음은 생생하고 심지어 유쾌하기까지 한 이슈다. 최근 안락사 논쟁을 일으킨 테리 시아보 사건과 교황 서거 소식으로 언론은 ‘죽음의 페스티벌’을 벌였다. 시아보가 부모를 알아보고 볼을 비비는 듯한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는 의학 자료로 가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의 포르노’라고 불릴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꼭 인기 TV 시리즈 ‘CSI 과학수사대’를 보는 것 같다.

광고주들이 ‘CSI…’의 광고시간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처럼 저명 인사의 죽음은 언론과 정계 인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홍보의 기회가 된다. MSNBC TV ‘언론과 만나다’의 앵커 팀 루서트는 교황과 만나는 장면을 내보냈으며, ‘카운트 다운’에 출연한 제시 잭슨 목사는 진행자 키이스 올버만과의 인터뷰에서 교황과의 인연에 대해 언급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죽음의 문화가 정치성을 띠게 되면서 삶에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인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강조한 ‘생명의 문화’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다른 얘기와 마찬가지로 거짓말이다. 정치인들은 낙태를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1990년 이후로 낙태는 계속 늘어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만든 배우 겸 감독 멜 깁슨은 WABC의 라디오 진행자 숀 해니티와의 인터뷰에서 테리 시아보의 영양 공급 튜브를 떼내라고 판결한 법원에 대해 정계의 대책을 촉구했다. 다음날 톰 딜레이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신앙에 바탕을 두지 않고 판결하는 재판관에게는 엄중한 경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대중이 그간의 죽음 논쟁에 식상했고, 새로운 구경거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끔찍한 비디오 테이프 자료로 넘쳐 났던 지진해일(쓰나미) 재해는 발생 3개월 만에 까맣게 잊혀졌다. 시아보 사건에 집중됐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순식간에 교황 서거로 옮겨졌다. 모두 다 로마로 몰려가느라 5일 열린 시아보의 장례미사에는 관심도 갖지 않았다. 언론의 관심은 오로지 교황 서거를 어떤 이슈보다도 돋보이게 하는 데 있었다.

교황 다음으로 또 어떤 죽음이 전국적인 관심의 초점이 될 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언론의 사망 보도는 거의 ‘리얼리티 쇼’ 수준이 되고 있다는 것, 이 쇼가 최면적인 TV 드라마를 넘어서서 하나의 거대한 문화 현상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프랭크 리치 美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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