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재창 인사전통문화보존회장/ "추억·낭만이 새뜻하고 풍류 흐르는 거리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재창 인사전통문화보존회장/ "추억·낭만이 새뜻하고 풍류 흐르는 거리로"

입력
2005.04.18 00:00
0 0

동성화랑 장재창(42) 대표가 1991년 화랑을 열었을 때 서울 종로구 인사동은 저녁마다 축제였다. 밥집과 술집 곳곳에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신경림 시인을, 노래 부르는 김남주 시인을, 술잔을 채우는 남재희 노동부 장관을 만났다. 신문과 TV에서 보던 문인과 화가, 정치인의 얼굴이 골목골목에 비쳤다.

"밥 먹다가 유명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어요.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고 내 생각을 얘기하기도 했지요." 장 대표는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한다. 그는 올 2월 인사전통문화보존회 9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보존회는 전시장과 화랑, 전통 공예점, 전통 찻집 등을 운영하는 인사동 사람들의 모임이다.

보존회가 87년 시작한 인사전통문화축제가 올해로 18회를 맞았다. 23일부터 5월 5일까지 인사동 일대에서 고미술종합대전, 현대미술전, 전통혼례식, 순라군 행렬, 투호놀이와 사물놀이 등 다채로운 놀이판이 벌어진다. 장 회장은 91년 인사동에 자리잡은 이후 지금까지 보존회 회원이자 동네 토박이로 축제에 참가해 왔다. "해마다 축제 때 마당놀이를 하거든요.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데 가락에 맞춰서 어깨를 들썩여요. 나와서 놀이꾼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도 추고…." 그만큼 인사동은 ‘우리 것’이 있는 공간, 서울과 한국의 명소로 유명하다.

97년 인사동이 ‘차 없는 거리’가 된 뒤부터는 주말마다 떡메치기, 줄타기, 탈춤 등 거리공연이 열리고 난전이 벌어진다. 일요일이면 나들이 나온 가족, 데이트 하는 연인, 관광 온 외국인 등 수천 명이 몰려든다.

활기가 넘치지만 문제도 불거졌다. 그래서 장 회장은 고민이 많다. 우선 ‘차 없는 거리’라지만 토요일(오후 2시부터)과 일요일에만 그렇고 평일에는 차량 통행이 많아 보도블록에 무리가 많이 간다. 2000년 서울시에서 인사동을 역사문화탐방로로 조성할 때 특수공법으로 구운 기와로 깐 블록이어서 보수하려 해도 재료가 없어 걱정이다. "골목골목을 독특하고 전통적인 재료로 깔고 싶지요. 다듬이돌길, 맷돌길, 청자길, 백자길… 이런 식으로요." 종로 쪽으로 나가는 차량이 줄을 서는 통에 교통 정체도 심각하다.

안국동 쪽 인사동 초입에 노숙자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도, 길목에 노점상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그래서 종로구청과 서울시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거리에서 파는 상품이 반 넘게 비슷비슷한데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메이드 인 차이나’이기 일쑤이고. 무엇보다 인사동 특유의 캐릭터가 없다는 게 문제예요." 그래서 3년 임기 동안 캐릭터 개발을 중요 사업으로 삼을 참이다.

낮에는 풍문여고 학생들이 까르르 재잘거리며 지나다니고 밤이면 예술가들의 술자리가 펼쳐지던 곳. 아주 이따금씩 차가 다니던 고즈넉한 골목길. 그가 그리는 인사동은 10년 전, 20년 전 추억이 되살아난 시간여행 코스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지요. 그런 마음으로, 젊은이뿐 아니라 인사동의 향기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