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대사는 경기 이천시 율면 월포리 농지 1만3,836평과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일대의 농지 2,084평을 구입하기 위해 온 가족을 동원, 위장전입을 했다.
15일 재산공개 내역과 홍 대사의 설명에 따르면 홍 대사 가족의 명의로 돼 있는 부동산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종로구 내자동 상가건물 3건 ▦충남 태안군 주택 2건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별장 1건 ▦경기 이천시 율면 월포리, 남양주시 조안리, 양주시 옥정동 등의 논밭과 임야 등이다. 비록 이들 부동산의 평가액은 총 54억2,800여만원으로 홍 대사의 전체 재산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천시 월포리와 남양주시 조안리 주변 농지는 이들 가족이 위장전입이란 불법을 통해 구입했다.
홍 대사 본인은 이천시 월포리에 1979년 5월14일 전입해 81년 11월25일 전출하면서 4,129평의 전답을 구입했다. 홍 대사의 부인은 84년 3월27일 이천시로 전입해 100여일만에 다시 서울로 전출했으며 그 사이 3,518평의 전답을 매입했다. 홍 대사의 장남도 이천시 월포리 일대 임야 211평을 89년 4월20일 증여형식으로 구입했고 후에 임야는 농지가 됐다.
또 홍 대사 어머니는 홍 대사와 함께 79년 5월14일 이천시 월포리에 함께 전입한 뒤 가족 공동명의로 5,978평의 전답을 매입하고는 전출했다. 이어 홍 대사가 남양주시 조안리 일대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장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홍 대사 어머니는 다시 2001년 12월26일 조안리로 전입해 이듬해인 2002년 2월18일 전답 2,084평을 구입했다.
이밖에 홍 대사 명의의 양주시 옥정동 2만8,207평의 전답과 대지(평가액 12억6,738만원) 등은 선친이 한국전쟁 이전에 구입한 것들이라 전입여부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홍 대사는 "대부분 미국 유학 중에 선친이 구입해 물려주는 바람에 (위장전입과 관련해서는) 잘 몰랐던 부분도 있고 고 정 회장 별장 땅의 경우 최종 계약단계에서 일부에 농지가 포함된 것을 알았으나 불가피하게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홍 대사의 한 측근은 "문제가 된 경기 이천시 지역은 평당 6만~7만원 정도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싼 데다 논밭 모두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어 개발계획 같은 것은 전혀 없는 땅"이라며 "일부 위장전입을 통해 매입을 했지만 부동산 투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 洪 "위장전입 몰랐다" ?
홍석현 주미대사는 15일 재산 공개를 하면서 "선친(고 홍진기씨)이 땅을 매입한 경위나 과정은 몰랐고 땅에 가본 적도 없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재산에 비해 1%도 안 되는 재산이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위장전입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설명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이 같은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먼저 경기 이천시 율면 월포리 농지 1만3,836평을 매입하면서 본인 어머니 부인 아들이 위장전입해 토지를 구입했다. 이에 대해 홍 대사는 "미국 유학 중인 1972~83년 선친이 집중 매입한 것"이라고 답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농지를 구입하려면 매입자의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실제 매입지에 있어야 한다. 외지인의 농지소유를 막기 위해 취해진 조치다. 이에 따라 홍 대사 가족은 토지 매입에 앞서 일일이 본인 어머니 부인 아들의 주민등록을 땅 매입지로 옮겨 놓는 대대적인 전입작업을 벌이게 됐다. 이를 그냥 몰랐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 땅 가운데는 유학 중에 매입한 농지뿐 아니라 83년 본인이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재임하던 때 부인 명의로 구입한 3,518평도 있다.
중앙일보 회장 시절인 2002년 2월에는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에 어머니 명의로 2,084여평을 매입했다. 이런 최근의 전입까지 자신이 완전히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동그란기자 gran@hk.co.kr
■ 삼성전자株만 387억 보유/ 재산중 84%가 유가증권
고위공직자 재산 랭킹 1위로 올라선 홍석현 주미 대사는 재산 대부분을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가족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던 주식은 삼성전자와 와이비파트너스였다.
우리나라 대표 우량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홍 대사와 부인이 각각 5만1,500여주와 5,750주를, 자녀들도 2,900~1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어 가족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만 해도 7만8,910주에 달했다. 이는 15일 종가(49만1,500원)를 기준으로 시가 387억여원어치다.
2000년 4월 설립된 벤처캐피털인 와이비파트너스 주식도 홍 대사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홍 대사가 337만여주, 부인이 3만여주, 장남과 차남, 장녀가 10만~33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어 총 397만주에 달했다. 비상장주식으로 액면가는 5,000원.
중앙일보 자회사인 조인스닷컴 주식의 경우 홍 대사가 240만주를, 장남과 차남이 각각 120만주씩을 보유하고 있었다. 액면가 500원의 비상장주식으로 장외에서 1,500원 정도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대사의 주식 등 유가증권은 본인과 배우자, 자녀 소유분을 합칠 경우 전 재산 730억여원의 84%인 615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예금의 경우 홍 대사와 부인이 각각 40억2,451만원, 14억2,133만원이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홍석현 대사 일문일답/ "대부분 땅 선친이 구입 난 별 관심 두지 않았다"
홍석현 주미 대사는 14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를 자청, 부동산 2건의 위장전입을 털어 놓으면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홍 대사는 이날 재산등록 발표 2시간을 앞두고 스스로 편법 사례를 털어놓아 추적 보도를 피하려는 ‘언론 플레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홍 대사는 모두 발언을 통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공직자의 재산이 많은 데 대해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다만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는데 나는 혜택받은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_위장전입을 알고 있었나.
"대부분의 땅은 선친(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산 것으로 나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재산등록을 위해 관리자가 점검하면서 내가 워싱턴에서 유학할 무렵 구입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얼마전 한 필지(3,518평)가 내가 귀국 후 집사람 명의로 산 것이라고 알려 왔다."
_농지는 현지에 살지 않으면 소유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나.
"아버지가 그 땅 얘기를 여러 번 해서 그 전에도 알았는데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게 더 솔직한 얘기다."
_그 땅들이 문제될 것이라고 생각했나.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땐 공무원도 아니었다. 많은 국민들이 거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땅은 내 재산 전체의 1~2% 밖에 안 된다. 국민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당시로서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3,518평 문제를 알고 좀 당혹스러웠는데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_1989년 어린 장남에게 재산을 넘겼는데 문제된다고 느끼지 않았나.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내 이름으로 땅을 사주셔서 내 큰 아들에게 넘길 때도 그런 생각은 별로 없었다. 농지 부분은 어린 아이가 위장전입했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될 것 같아 옮길 수 있는 선산만 넘겼다."
_임명권자와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가 있었나.
"없었다. 대통령도 내가 재산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전략기획 담당 이사가 재산 관련 모든 서류를 갖고 있어 서울에서도 문의하면 의문사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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