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의 고위관리가 14일 한국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국무부 고위관리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설명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에게 "한국 정부는 19세기 역사적 상황에서 조선이 외부세력과의 연대를 추구했던 전략적 오판이 있었던 점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국이 19세기의 역사를 교훈 삼아 동북아에서 대립과 반목이 나타나지 않고 평화·번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학자 출신인 국무부 고위 관리가 "학자적 견해"라는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 미국 관리는 "19세 말 역사를 반성하는 데 있어 당시 조선을 둘러싼 외부적 요인도 있었겠지만 조선이 전략적 오판을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현재의 한국은 그 같은 오판을 할 나라가 아니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세기 폴란드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힘을 과도하게 설정하려 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한국도 중견국가로서 적절한 위치 설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당국자는 "한국의 장래 균형자로서의 긍정적 역할은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이뤄질 것임을 미측에 설명했다"며 "동북아 국가와 워싱턴 사이에 동북아의 역사 인식에 약간의 온도차가 있음을 미국 사람들에게 지적하고, 역사인식의 민감성을 좀더 인식해 동맹관계를 관리해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바람을 전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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