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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미공개 유화 40년만에 한국에/ 타계 직전 미군이 구입…"특유의 질박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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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미공개 유화 40년만에 한국에/ 타계 직전 미군이 구입…"특유의 질박한 느낌"

입력
2005.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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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미공개 유화 세 점이 15일 선을 보였다. 서울 인사동의 남경화랑은 15~29일 여는 개관 20주년 기념 박수근 전에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13명의 여인’(25.5×63.5 ㎝, 1961) ‘다섯 여인과 소년’(15× 24.5㎝, 1965), ‘여인들’(44×7㎝, 1964)을 걸었다. 박수근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질감과 정겹고도 소박한 표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박창훈 남경화랑 대표는 이 세 점이 모두 미국에서 들여온 것이며 그 중 ‘13명의 여인’ ‘다섯 여인과 소년’은 미국인 로널드 H. 존스(65, 미국 조지아 주 거주)씨가 40년 간 소장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4~65년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존스 씨는 직접 쓴 편지에서 "1965년 당시 반도조선 호텔 내 수 갤러리 대표 김수석 씨가 갖고 있던 것을 320 달러에 샀으며, 그 뒤 몇 주 지나지 않아 박수근이 타계했다"고 밝혔다. 편지에 따르면 존스 씨는 64년 박수근의 유화를 보고 감명 받았으나 작품을 살 돈이 없어 구입을 포기했다가 1965년 3, 4월께 박수근이 자녀들의 학비를 마련키 위해 작품 값을 낮춰서 팔아달라고 했다는 김씨의 제안에 따라 이 두 점을 샀다. 구입가 320 달러는 당시 그의 두 달치 월급보다 많은 것이어서 미국의 가족들에게 부탁해서 받은 돈을 보탰다.

존스 씨는 수 갤러리에서 박수근을 만난 이야기도 쓰고 있다. 1965년 2, 3월 께 처음 만났을 때 박수근은 황달이 심해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았는데, 조용하고 겸손했다고 회고했다. 두 번째로 만난 그 해 3월 말이나 4월 께 작품을 샀다. 그로부터 몇 주 뒤 박수근이 타계하자 김씨가 작품을 되팔라고 했지만, 한 점은 이미 미국에 보낸 상태였고 다른 한 점도 구입가의 2, 3배를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박수근은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꼽힌다. 자신이 자란 시골 집, 나무, 노인, 아기 업은 아낙, 동네 아이들 등 평범한 서민들의 모습을 즐겨 그렸던 그의 그림은 독특한 질감과 단순한 검은 선으로 1930~60년 대 한국의 고달픈 생활상과 삶의 의지를 향토색 짙게 표현해 사랑을 받는다.

그의 작품은 60년대 초반 반도화랑 등을 통해 거래돼 외국인들의 호평을 받았고, 그 시절 외국으로 나갔던 그림들이 90년대 들어 세계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에 등장, 해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해외에서 그의 작품은 1993년 크리스티 경매에 처음 선보인 ‘농부들’ 이후 매년 1, 2점이 출품돼 매회 기록을 경신하는 고가행진을 거듭했으며, 지난해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 때 ‘앉아있는 아낙과 항아리’가 123만 9,500달러(14억 6,261만원)에 낙찰돼 한국 현대미술품으로는 경매가 최고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올 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그의 작품 ‘노상’이 5억 2,000만원에 낙찰돼 박수근 작품의 기존 경매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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