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독서지도 조급증 버려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독서지도 조급증 버려라

입력
2005.04.16 00:00
0 0

서울시 교육청이 초중고등학교 독서지도자료와 독서지도 지침서를 펴냈다고 지난 달 23일 신문에 보도된 후에 맞닥뜨린 인상적인 풍경 두 가지다.

바로 그 날 이웃의 한 엄마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중학교 1학년 사회과 ‘중부지방의 생활’ 단원 추천도서라며 빌려달라고 했다.

소설로 사회공부를 한다? 문학 작품의 시대적, 지리적 배경으로 한 시대 또는 특정 지역을 이해하면 교과서의 압축적인 지식에 비해 생동감 있는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지도 없이 읽어서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그 책을 처음 읽는 아이는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소설의 배경이 된 황해도와 서울 사람들의 생활에는 관심도 없었고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오히려 도감에서 ‘싱아’를 찾아본다고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또 다른 풍경은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실시한 교육청 추천도서 특별판매 행사다. 어쩌면 그리도 잽싼지. ‘먼나라 이웃나라-우리나라’의 한 장면, 학생들의 지나친 선행학습 때문에 학업이라는 경주에서 출발선에 있어야 할 어린이들이 대학입학이라는 결승점 바로 직전에 와 있는 우리나라 교육을 풍자한 그림이 저절로 떠올랐다.

교과서, 참고서에 더해 일반 도서를 읽히는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실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적용될지 알고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즐거움과 감동을 얻는 독서를 할 때와는 다르게 읽어야 한다. 느긋하게 읽으며 내용을 음미하기 보다는 한 주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내용의 이해뿐만 아니라 목적에 맞는 독서방법에 대한 지도도 필요하다. 특히 국어과가 아닌 다른 시간에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학생들이 스토리 외의 정보를 얻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려면 스토리는 이미 아는 상태에서 학생 스스로 단원과 관련된 내용을 찾거나 교사가 어떤 부분에 치중하면서 읽어야 할지 사전 정보를 주어야 한다. 그러한 준비단계 없이 무작정 읽게 하면 학생들은 각자 다르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뛰는 교육청 위에 조바심 내는 학부모와 나는 학원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 가자. 이러한 독서지도에는 교사의 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 교과내용과 관련 도서, 학생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분하게 준비하여 충실한 지침서가 나오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그 동안 아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지도록 격려하자. 독서가 즐거우면 교과관련 독서는 책 읽기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지겨운 공부가 될 터이니.

책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