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9일 유럽연합(EU) 헌법비준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잇따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비준 반대의견이 최고 55%에 이를 정도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14일 밤 TV토론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헌법비준이 가져다 줄 경제적 이득과 EU의 영향력 확대 등을 내세우며 "EU헌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설득했다. 시라크가 TV 토론에까지 나와 대국민 설득에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부결은 되돌릴 수 없는 대세"라는 말마저 나온다.
EU 헌법 및 유럽통합의 중심축 역할을 해 온 프랑스에서 유럽헌법이 부결된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당장 6월1일 국민투표를 치를 네덜란드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유럽헌법은 2006년까지 25개 회원국이 전부 비준해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 나라라도 비준에 실패하면 폐기된다.
전문가들은 높은 실업률에 불만을 갖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헌법비준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 EU가 동유럽으로 확대되면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란 위기감과 헌법 내용이 ‘앵글로-색슨식’ 자유주의로 치우쳐 프랑스식 사회 모델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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