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폰 쉴러 서거 20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이 29일~5월8일 ‘떼도적’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떼도적’은 ‘군도’(群盜)라는 이름으로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쉴러의 대표적 희곡. 18세기 독일의 영주 모오르 백작과 두 아들 칼, 프란츠가 주인공이다. 형 대신 성을 차지하려는 사악한 동생 프란츠의 음모 때문에 쫓겨난 칼이 어쩔 수 없이 도적단의 두목이 되어 폭력적인 세상에 폭력으로 맞서다 비극을 맞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감 넘치고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이 사회악(惡)에 의해 어떻게 희생되는지를 시적 대사와 풍성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국내에서는 1945년 함세덕이 번안하고 이서항이 연출해 ‘산적’으로 초연한 이래 단막극으로만 수 차례 공연되었다. 워낙 규모가 큰 작품이라 장막극으로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5막 15장으로 3시간 30분(휴식 시간 20분 포함) 동안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해 ‘문화 게릴라’에서 ‘정규군 야전 사령관’으로 변신한 이윤택(53)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6월4일 독일 만하임에서 개막하는 제13회 쉴러 국제 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독일 베를린 앙상블, 모잠비크 아베니다 극단과 같은 작품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아시아에서 쉴러 페스티벌에 진출하는 것 또한 처음이며. 국립극단 작품으로도 첫 번째 해외 연극제 나들이다.
노년 팀과 젊은 팀으로 나뉘어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출연진. 노년 팀에서는 ‘영원한 현역’ 장민호(81)가 모오르 백작 역을, 신구(69)가 칼 역을, 할리우드에서 활약했던 오순택(72)이 프란츠 역을, 오영수(61)가 도적 슈피겔베르크 역을 맡아 노익장을 과시한다. 이들 노장 4인방의 평균나이만도 70세. 배우들의 무게와 연륜 만으로도 관객들을 압도할 만하다. 젊은 팀에는 김재건 주진모 이상직 서상원 등이 출연해 노년 팀에 맞선다. 노년 팀은 노장 배우들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젊은 팀은 앙상블을 위주로 만들어 두 가지 색깔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30년 연출인생의 총결산"이라고 말하는 이 감독은 "고전을 파괴하는 것이 유행하는 요즘 원전의 맛을 되살리면서 한국적 미가 가미된 재미있는 대극장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연출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원일씨가 음악감독을 맡아 해금 아쟁 태평소 날라리 피리 등 우리 전통의 소리로 무대를 채우며, 독일인 헬게 무지알이 안무를 담당해 태껸 탈춤 등 우리의 몸짓과 접점을 찾는다.
원전의 오역을 방지하기 위해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독문과 교수 헬무트 쿠프만이 드라마트루기(극적 구성) 작업에 참여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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