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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미국시대의 종말 - 美 최대 위협세력은 中? "EU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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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미국시대의 종말 - 美 최대 위협세력은 中? "EU야"

입력
2005.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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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가는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강대국도 예외일 수 없다. 유럽을 호령했던 로마제국과, 해가 지지 않는 영토를 일구었던 대영제국도 역사의 뒤안길에 화려했던 시절을 묻어야 했다. 냉전 종식 후 10년 넘게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지켜온 미국도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팍스아메리카나를 종식 시키거나 그 시기를 앞당길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적 테러와 떠오르는 가상의 적 중국을 꼽는다. 테러와의 전쟁에 전력을 기울이는 부시 정부의 모습, 대만과 북한 문제의 처리를 두고 중국과 날카롭게 대립하는 미국의 여러 현실들을 그 예로 들만도 하다.

그러나 정치학자로 클린턴 정부에서 국가안보위원회 수석연구원을 역임한 찰스 쿱찬은 미국시대의 종말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런 일반적인 견해와는 다른 입장에 서있다. 그는 유럽연합이 미국의 세계지배체제를 위협하는 존재로 먼저 부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은 경제나 기술의 우월성이 아닌 각 회원국이 소유한 엄청난 물적자원과 지적 자산의 결집력을 발판 삼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50여년간 굳건한 친선관계를 유지하며 미국과 하나의 극을 형성했던 유럽연합이 핵분열하면서 그 동안의 위계 질서와 안정은 흔들리고 둘 사이에 극심한 지정학적 경쟁이 벌어질 거라는 예측이다. 저자는 디오클레시안 황제가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로마를 동서로 나누었다가 심한 반목과 경쟁으로 제국의 멸망을 재촉한 것처럼 팍스아메리카나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는 미국이 유럽연합의 성장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팍스아메리카나 이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중국 일본까지 가세할 다극체제 시기에도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일관성 없는 고립주의와 일방주의를 벗어나야 하며 새로운 시대를 위한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점적 세계지배의 단맛에 빠져 있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그러나 너무 서구중심적으로 국제 정세를 분석한 점은 눈에 거슬린다.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 명쾌한 글읽기를 방해하지만 미국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세계 체제의 일면을 내다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저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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