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집단 생활을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A형간염 발생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강진한 가톨릭의대 소아과 교수(성모자애병원)는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간염에 걸려 입원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늘고 있다"면서 "A형간염 환자가 비록 소규모이기는 하나,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A형간염은 이제까지 한국에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가 아니었으나, 점점 A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감염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대전지역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체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1~5세는 8.7%, 6~10세는 0%, 11~15세는 1.7%로 나타났다. 간염 항체 생성률이 10%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반면 15~20세에서는 29.4%, 20대이상에서는 63.6%로 나타났다. 15세 이하는 A형간염에 무방비상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강교수는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연간 1,000명 이상에서 발병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2004년 6월 충남 공주 지역에선 특정 음식점을 이용했던 사람들 63명에게 집단 발병하는 사태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A형 간염 감수성이 높은 학동기 어린이나 청소년기의 A형간염 발생률은 점점 증가, 보고된 환자의 30%가 15세 이하였다. 학교 놀이방 유치원 음식물 취급소 병원 하수도시설 등 개인간 접촉이 빈번하고 집단 급식, 급수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A형간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감염 환자는 주로 중산층 자녀였다.
생활 수준 및 위생상태가 크게 향상되면서 A형간염 항체를 가지지 않은 소아,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어 감염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첫돌 이후에 엄마로부터 수동적으로 전달받은 모체의 항 간염바이러스(HAV)항체는 자연 소실되는 경향이 많았다.
또 A형 간염은 어느 연령대에 발생했느냐에 따라 증상의 심각한 정도가 달라지는데, 유아보다는 소아기 후반이나 청소년기에 감염됐을 때 훨씬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강교수는 "A형간염에 감염된 2세이하 영유아는 대부분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소아는 4~16%가 증상을 일으키며, 성인은 76~97%가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3분의 2 정도는 황달을 동반한다.
A형 간염에 감염되면 감기 증세처럼 피곤해지면서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식욕이 없는 증세가 지속된다. 감기와 다른 점은 콧물과 기침이 없고, 심하게 피곤하다는 것이다. 구토, 오심, 황달, 설사, 복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발병 환자 중 15%는 증세가 여러 달 지속되거나 재발하기도 하며 드물지만 간 부전을 동반한 전격성 질환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강교수는 "단체급식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오염된 음식물이나 식수에 의해 감염될 수 있으며,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번 발생하면 질병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으므로 예방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A형 간염 예방접종은 모두 두차례에 걸쳐 접종하게 된다. 1차접종은 보통 생후 1~18세에 이루어지며,1차 접종후 6~12개월 후 추가 접종이 이루어진다. 예방 접종 후 질병 예방효과는 약 20년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A형 간염 백신은 원하는 사람만 맞는 선별 접종이지만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기본접종으로 정할 정도로 적극적인 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다.
백신 접종과 더불어 평상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A형 간염바이러스는 85도에서 1분간 끓이거나 물을 염소 처리하면 불활화되므로 음식을 완전히 익혀서 먹도록 한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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