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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반짝 이익' 열 번 본들

입력
200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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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의 러시아 유전 의혹 사건이 터지자 한나라당이 아연 활기를 띠는 것 같다. 다른 야당들과 함께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안 발의를 주도하며 기세를 올린다. 여당의 실세 의원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를 파헤쳐야겠다며 나름의 폭로도 이어간다. 모처럼 야당 입맛에 딱 맞는 사건, 놓칠 수가 없다. 특검이 아니고는 진상을 밝힐 수 없다는 얘기는 야당의 손에서 사건을 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발의된 특검법안이고, 따라서 사건은 국회 수중에 들어와 있다.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검찰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최근 검찰 간부 인사를 보니 중립 객관적인 수사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왠지 그 논리에 비약과 생략이 느껴진다. 뜻은 알겠는데 이유는 약해보인다. 오히려 서두르고 밀어붙이고 싶어하는 심리가 더 잘 읽힌다.

사건이야 실로 의혹 덩어리다. 흔한 상식으로 권력 개입이 없이 가능하지 않은 대목들 투성이다. 거론되는 이광재 의원이 누구인가.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리던 그 의원이다. 자신은 관련을 부인하고 있지만 부인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언론이 할 일도 많지만 야당이 맡아야 할 역할도 크다. 공적 자금이 들어간 은행의 돈이 이상하게 대출되고, 공문서가 위조되고, 회의에서는 거짓말이 오갔다. 확인도 되지 않은 채 막연히 최고 국가안보기관 연루 의혹까지 들먹여지는 마당이다.

검찰이든 특검이든 중요한 것은 사실을 밝히는 일이다. 이 시점 특검이 아니고는 안 된다는 야당의 주장은 흔쾌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두고 "쓰레기 같은 정치"라고 비난하는 이 의원의 태도는 의혹의 당사자로서 더 가당찮다. 한나라당에게서 마뜩찮은 유감을 느끼지만 그런 것과는 다른 종류다.

특검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다가올 재보선을 노린 정략"이라고 한다. 속셈을 까발리자는 반격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누가 봐도 이 사건에서 한나라당은 ‘재미를 볼’ 소지가 적지 않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얻을 수 있는 지지나 이득이 또 한번의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검찰수사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미진하면 미진한 대로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여당의 과반미달 상태를 굳히는 승리를 할지도 모른다. 정치적 의혹사건이라는 게 진실과 반드시 일치하는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만세를 부를 것인가. 설사 그렇게 된들 만세 부를 처지는 못돼 보인다는 게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의 심각성이다. 주도적 창의적 지지를 개발하지 못하는 ‘반짝 승리’ 정도야 열 번을 한들 소용이 없음을 뼈아프게 기억할 한나라당이다. 잠시 이기고 웃다가 대선에서 진 게 두 번이다.

심하게 말해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것도 정권과 여당이고, 다시 조용히 돌아가는 제스처로 칭찬을 만들어 낸 것도 그 쪽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 실용노선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재미’를 봤고, 최근에는 대일·동북아 외교 독트린으로 50%에 달하는 지지율을 올렸다.

노 대통령의 외교노선에 개인적 지지를 보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야당의 비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비판에 열을 올리는 한나라당의 언행에서는 무언가 처연한 인상이 느껴진다. 흔히 정국 주도권을 말하지만 반대, 또 반대, 열심히 반대만 하는 야당에게 정국은 항상 수동태다. 산업으로 치면 가공업에 불과하고, 기업으로 치면 첨단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류기업이 한나라당은 결코 못 된다. 그나마 가공조차도 제대로 못해 당이 쪼개지다시피 난리를 쳤던 게 행정도시법 파동이었다. 이슈도 비전도 못 내놓는 야당, 야당 대체론에 떳떳한 논박 한 번 제대로 못하는 패배감으로 그나마 이길 수 있는 선거라곤 재보선 정도 밖에 더 없을 것이다.

조재용 논설위원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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