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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명성 원로 서예가 조수호씨/ 해박한 지식 담긴 서예이론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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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명성 원로 서예가 조수호씨/ 해박한 지식 담긴 서예이론서 출간

입력
200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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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단(書壇)의 최고봉으로 존경받는 원로 서예가 동강(東江) 조수호(趙守鎬·81·사진)씨가 ‘서예술소요’(서예문인화 발행)를 펴냈다. 서예 한평생의 체험이 묵직하게 실린 이 책은 서예의 본질과 나아갈 바를 밝힌 이론서다. 서예 예술론과 예술가론을 깊이 파고든 논문과, 서예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고 진단해 21세기 예술로서 서예의 지향점을 제시하며 쉽게 풀어 쓴 글을 모았다. 한국 서예가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음에도, 이론서는 중국 책을 번역한 것에 의존해 국내 저술이 거의 없던 터에 모처럼 나온 귀한 저술이다. 동강은 국제적 명성을 지닌 서예가이자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몇 안 되는 예술가다.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재학 시절 제1회 국전에서 서예로 특선을 하는 등 일찌감치 두드러졌다. 1991년 서울교대에서 정년퇴임할 때까지 30년 간 강단에 선 미술교육자이자 1970년대부터 한국 서예를 대표해 국제교류에 앞장선 주역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중일 서예사를 꿰뚫는 안목과 서양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서예 예술론을 제시한다. 특히 ‘전통과 창신’(創新)이라는 과제를 놓고 전통을 어떻게 볼 것이며 어떻게 창신을 이룰 것이냐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창신의 길은 모방이 아닌 독자성"이라고 강조하면서 "전통을 오늘의 시각과 가치관으로 평가해 현대의 양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가로서 몸으로 체득한 서예론은 아래 문장처럼 기품있는 미학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예는 접(接)의 예술이다. 붓촉 끝이 지면에 닿을 때 그 접촉에서 무한한 생명력을 느껴라. 사랑하는 사람과 입맞춤을 한다고 생각하라. 붓이 나아가는 일점 일획마다 빛이 나고 산들바람이 불고 불멸의 꽃이 필 것이다."

정년퇴임한 뒤로도 1995년과 2003년 서울국제서예전을 직접 주최하는 등 작가로서 또 서단의 지도자로서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지금은 10월에 있을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예박물관의 개인 초대전으로는 1992년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전 이후 두 번째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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