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감사원은 유전개발사업을 황당무계하게 추진한 경위만 대충 파악하는 데 그쳐 검찰에 진상규명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야당은 특별검사를 요구하지만 검찰이 지레 비껴 서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 최고 사정기관의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고 본다.
검찰이 풀어야 할 의혹의 핵심은 옛 철도청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터무니없는 사업에 손을 댔느냐는 것이다. 감사원 조사로는 부동산업자와 석유전문가가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을 들먹이면서 사업을 제안하자 덜렁 몇 백억원이 드는 사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을 경제성도 조사하지 않고 결정한 뒤 20일 만에 회사설립 은행대출 계약체결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거짓보고와 문서위조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졸속과 편법으로 일을 벌여 결국 낭패한 배경을 과잉의욕이나 업자들의 사기극으로 보는 것은 엉뚱하다. 온갖 청탁에 익숙한 공직자들이 단순히 권력실세를 파는 데 속아 사소한 편의나 이권 제공과는 다른 거창한 사업을 벌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업자에게 거액 사례비를 약속했다는 얘기는 나눠먹기 비리를 떠올리게 하지만, 철도청 수뇌부가 온통 의혹에 연루된 점에 비춰 괜히 진상을 흐리려는 말로 들린다.
이렇게 볼 때, 검찰이 할 일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권력실세 개입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다. 관련 업자들이 사라졌다지만 권력실세와 철도청이 서로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정부 여당이 검찰 불신에 바탕한 공직부패수사처 신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번 수사의 성패는 검찰의 진로를 가를 만하다고 본다. 새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이 그야말로 처량한 이름으로 남지 않으려면 진상을 명쾌하게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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