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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7) 한반도의 가슴 - 클러스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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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7) 한반도의 가슴 - 클러스터탄

입력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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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무기 중에 좋은 무기도 있나요?"

홍콩에 사는 로레타양이 불쑥 던진 질문이다. 기자가 연재하고 있는 무기와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을 겪고 살아가야 할 인간에 대해 얘기하던 중이었다. 자연을 파괴하고 인체에 해로우며, 그 폐해가 오랜 세월 지속되는 무기로 이야기가 옮겨가자 대뜸 근본적인 문제를 물은 것이다.

어떤 무기를 쓰느냐를 논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남의 집에 도둑질하러 들어온 사람에게 왜 진흙투성이 구둣발이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무기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인간이 얼마나 독할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더 깊게, 더 멀리, 더 크고 넓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위해 새로운 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주저 없이 사용한다. 무기의 무자비한 사용은 상대방의 얼굴, 특히 눈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싸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일단 어떤 무기가 효과가 있다고 믿으면 아무리 부작용이 크다 하더라도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 클러스터탄의 2가지 치명적 문제점 = 다연장로켓(MLRS), 육군전술미사일(ATACMS), 이중목적 개량 재래식탄(DPICM·이하 재래식탄) 등은 모두 DPICM 자탄 또는 이의 변형 자탄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클러스터탄의 문제점은 부수적 피해와 불발탄에 의한 인명살상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클러스터탄을 아예 무기체계에서 도태시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부수적 피해. 클러스터탄이 터지면서 방출된 자탄은 목표물을 탐지하는 기능이 없어 대단히 넓은 지역에 분산되어 떨어진다. 정밀타격탄이 아닌 지역공격탄으로서 군사적 목표물 뿐만 아니라 자탄의 분산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사람과 구조물이 피해를 당한다. 이를 군사적 용어로 부수적 피해(附隨的 被害·Collateral Damage)라 부른다.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개발되지 못했다.

둘째, 불발탄 발생. 자탄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부착한 리본처럼 생긴 끈에 매달려 회전낙하하는데 회전 속도에 의해 안전장치가 해제되면서 무장(武裝·Arming)된다. 목표물이나 지면에 접촉하고도 터지지 않으면 불발탄으로 남는다. 아무도 매설지점을 알 수 없는 대인·대물지뢰가 되는 셈이다. 이미 무장은 되어 있으므로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위험이 크다.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과 같다.

낙하하는 자탄은 목표물이나 지면에 일정한 각도 이내로 접촉할 때 터진다. 미국 군사교범에는 60도 이상의 경사지역에 떨어지면 터지지 않는다고 기술되어 있다. 습지나, 눈 덮인 지면, 나무나 풀이 우거진 숲 속에서는 거의 터지지 않으며, 간혹 리본이 나뭇가지에 걸려 매달려 있을 수도 있다.

불발탄은 아군과 적군,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못한다. 전쟁이 끝나도 그 끝난 것을 알지 못한다. 삶의 터로 돌아온 민간인, 전후 복구를 위해 찾아온 국제구호기관 요원들, 클러스터탄 사용 지역을 통과하는 누구든지 피해자일 수 있다. 해마다 세계적으로 1,000명이 넘는 민·관·군의 사상자(Ca sualty) 유형과 그 통계는 다음 회에 소개한다.

◆ 불발탄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 ? 자폭신관 = 불발탄 발생을 줄이려고 자폭신관(自爆信管)을 장착한다. 미국에서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코헨 국방장관이 지시각서를 통해 2005년부터 모든 탄약이 99%의 신뢰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즉 1% 이하의 불발률만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그것이 이루어졌을까?

미국 육군의 자료를 보면 M42 및 M46 등 자폭 신관이 없는 구형 재래식탄 자탄의 불발률이 실제 전장에서는 14%에 이르러 허용치 5%를 훨씬 웃돈다. 신형 155㎜ 재래식탄 자탄에는 자폭신관이 장착되어 이를 많이 낮추었다. 그래도 3%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신형 155㎜ K310 재래식탄도 자폭신관을 장착하고 있는 데 국방 규격상의 불량률은 2.8%이다.

불발탄의 발생과 민간인에 대한 부수적 피해가 전쟁양상을 변화시킨 사례가 여럿 있다. 한 예로, 2003년 이라크전쟁에 참가한 미 육군 제3기계화 보병사단이 제출한 전후보고서(After Action Re port)를 보자. 이 부대 지휘관들은 재래식탄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기피하였음은 물론 탄약기본휴대량에서 재래식탄을 대폭 줄이도록 건의했다. 이라크 전쟁 중에 미군 사이에 퍼진 유명한 말이 있다. "이중목적 개량 재래식탄 한발을 발사하고 나면 그 전보다 더 많은 적이 생긴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패배하는 원인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 다연장로켓 자탄의 불발률 = 다연장로켓에는 아직 자폭신관이 장착되지 못했다. 화공식 자폭신관(Py rotechnic Self-destruction Fuse)은 사거리 연장형 다연장로켓에 요구되는 45초의 지연시간을 충족하지 못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전자식 자폭신관의 경우에도 몇 회사들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는 했지만 이에 필요한 전지(Battery)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실제로 적용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 미 육군이 인정하는 다연장로켓의 개량 재래식탄 자탄 불발률은 5%이다. 미국 육·해·공군 및 해병의 교육 훈련 및 전투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4개 기관 사령관들이 공동 명의로 작성한 불발탄 처리 지침서(2001년 8월)가 있다. 여기에 다연장로켓 36발을 발사하면 목표지역에 1,159개(36로켓 × 644자탄 × 5% 불량률)의 불발탄이 발생한다고 예상했다. 이를 고려하여 사격 계획과 불발탄 제거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미국 GAO (General Accounting Office·의회 회계감사원)는 최대 23%의 불발률을 의회에 보고한 바도 있다.

◆ 클러스터탄과 지뢰 = 대인지뢰나 대물지뢰(대 전차지뢰 등)는 처음부터 사람이나 차량이 접근하거나 접촉하면 터지도록 설계됐다. 지뢰는 홍수나, 산사태 또는 지진 등에 의해 매설지역의 지형이 변경되기 전에는 설치된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나 목표물을 기다린다. 설치 위치나 수량을 파악하고 지뢰지대를 관리할 수 있다.

클러스터탄과 대인·대물지뢰 중 어느 것이 더 나쁘냐를 따질 수는 없다. 사용하는 목적과 기능이 서로 다르기도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인간과 환경에 해만 줄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형편에서는 부수적 피해, 동반 피해를 야기하고, 그 수량과 퍼져 있는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클러스터탄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클러스터탄을 금지하기로 하면 어떠한 대안이 있는가? 요즈음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WRSA-K(War Reserve Stocks-Korea·한반도 전쟁예비물자)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다음 회에서 다루겠다.

원하지 않아도 전쟁은 일어날 수 있고, 전쟁에서 무기의 사용은 필연적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우리는 이 땅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최단기간 내에 전쟁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전쟁을 겪은 비참한 인간들의 이런 최소한의 꿈마저도 앗아가는 것이 바로 클러스터탄이다.

■ 클러스터탄 무기체계

클러스터탄은 공중 적절한 높이에서 탄의 몸체가 터지고 내부에 충전된 자탄(Bomblet)들이 지상의 목표물을 향해 쏟아진다. 북한의 170㎜ 자주포(自走砲) 및 240㎜ 다연장로켓에 대응하는 우리의 지상군 대화력전(對火力戰) 핵심전력이 다음의 무기들이다.

◆ DPICM

(Dual Purpose Improved Conventional Munition·이중목적 개량 재래식탄)

인명살상과 차량이나 구조물 파괴의 2가지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탄을

DPICM탄이라 부른다. 155㎜ 곡사포용 M483A1과 M864 외에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지만 120㎜ 박격포탄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155㎜ K310 DPICM이 여기에 속한다.

◆ M270 MLRS (Multiple Launcher Rocket System·다연장로켓)

사거리와 종류에 따라 M26로켓(사정거리 32㎞·자탄 644개), 사거리 연장형으로 불리는 M26A1 및 M26A2로켓(사정거리 45㎞·자탄 518개)이 있다. 유도 MLRS(사정거리 60㎞이상·자탄 402개)는 미국에서 개발이 완료되어 초기 생산 중이다. 목표지점 상공까지 로켓이 정밀 유도된다.

◆ ATACMS

(Army Tactical Missile Syst em·육군전술미사일)

다연장로켓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사거리가 길고(300㎞) 대량의 자탄이 내장되어 있으며 목표지점까지 유도된다는 점 외에는 다연장로켓과 같다.

윤석철 객원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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