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538억 달러. 무역흑자 294억 달러. 13개 기업 순익 1조원 돌파.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달성한 성적표다. 올 들어 지난달 수출이 241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소비심리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대처 전 총리는 1980년 가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은 가고 "이해(理解)의 가을(autumn of understanding)"이 왔다고 했는데, 우리 경제도 심리적으로는 "이해의 봄(spring of understanding)"이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극복할 과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이다. 외환위기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한 대기업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반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수익성 악화로 경영 자체를 위협받는 곳이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극화가 구조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경제학자인 레스터 써로는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책에서 소득과 부의 불균형, 근로자간 실질임금 격차가 추세적이라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도 대기업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으로 발생하는 추세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중소기업간 상생 협력을 통한 양극화 해소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대기업이 세계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와 벤츠의 성장 뒤에는 각각 덴소와 보쉬라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고, 이 업체들은 오늘날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49년 도요타에서 독립한 덴소는 연매출 23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 이는 도요타와 덴소의 상생 협력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 같은 상생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이 현금결제 확대, 이익공유제, 자체 기술의 중소기업 이전 등을 실시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늘린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대·중소기업간 협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내실있게 지원하고, 그 효과가 중소기업에 귀착되도록 하는 진정한 나눔과 상생의 정신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피 말리는 경쟁이 벌어지는 세계시장에서 함께 뛰는 파트너다. 대·중소기업간 상생의 파트너십만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선진경제도약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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