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렁~실건 당거~주소~ 예이어~어루~ 당거여라~ 톱질이야. 이 박을~타고들랑언~ 아무것도~ 나오지 말고~ 쌀밥 한 통만~ 나오~너라!"
언니 이효빈(12), 동생 이다빈(12) 쌍둥이 자매는 13일 기자가 부탁하자 판소리 흥보가의 박타는 대목을 당찬 목소리로 불러 제꼈다. 북채를 쥔 어머니 허현미(35)씨는 흥에 겨워 "얼씨구~ 우리 쌍둥이~ 잘도 부른다!"며 박수를 친다. 경남 고성초등학교 6학년인 자매가 흥보가 완창 발표회를 앞두고 고성군 마암면 두호리 동네 뒷산에서 연습이 한창이다.
효빈이와 다빈이는 오는 15일 오후 5시 30분 고성군 문화체육센터 2층 공연장에서 흥보가 완창에 도전한다. 2시간 30여 분간을 꼬박 무대 위에서 버텨야 하는 작업이다. 전반부는 다빈이가, 후반부는 효빈이가, 마무리는 함께 부른다.
1분 차이로 태어난 자매가 판소리를 접하게 된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허씨는 어렸을 때 가야금을 배우고 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접어야 했다. 그 꿈을 쌍둥이를 통해 이뤄낸 것이다. "아이들이 다섯 살 때였어요. TV에서 몇 번 들은 가요를 잘 따라 부르는 게 신기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동네사람 모아놓고 노래 시키면 ‘소양강 처녀’를 음정 박자 하나 안 틀리고 부르는 ‘골목길 쌍둥이 가수’였지요." 허씨는 4년 전 가야금을 가르쳐 주려고 고성 농요 보존회를 찾아갔다. 유난히 진도가 빨랐던 자매는 9살 때부터 마산의 소리 선생님을 통해 판소리에 입문했다.
이후 3시간 넘게 걸리는 춘향가를 절반까지 배우던 자매는 고성 오광대 전수자의 소개를 받아 대구에 사는 무형문화재(세칭 인간문화재) 제8호 판소리 보유자 이명희씨의 문하생이 되면서 집중 조련을 받게 됐다. 내내 "소리하기 딱 좋은 목소리다" "타고난 소질에 대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떨리구요, 실수 안하고 잘해야 할 텐데, 자신 있어요. 우린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판소리는 옛날 말투에 전라도 사투리라 어렵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 별 문제는 없어요. 시원하게 소리 지르면 기분이 정말 좋아지거든요." 꼭 성공해서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똑 부러지게 얘기한다. 효빈이의 말이 끝나자 다빈이가 "언니보다 잘 할 수 있어요. 제가 언니보다 달리기도 잘하고요, 엄마 말도 더 잘 들어요." 동생의 근성도 만만치 않다.
효빈, 다빈이는 명창들처럼 목에서 피가 터지기도 했다. "방학 때 한 달씩 대구 이 선생님한테 다녀오면 애들 목이 부어오르고 입에서 피비린내도 납니다. 이비인후과도 자주 들락 거리지만 민간요법으로 여러 약초와 과일을 설탕에 발효시켜 먹이지요.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고 짜증도 많이 부렸지만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첫 번째 관문에 이르렀습니다." 허씨의 설명이다.
자매는 1998년 만 여섯 살 때 흥보가를 완창한 ‘국악 신동’ 유태평양(13) 오빠처럼 되고 싶다고 한다. 선망의 경쟁상대인 셈. 자매는 서울에 있는 국립국악중학교에 가려고 한다. 효빈, 다빈이는 2003년 11월 창원에서 열린 전국국악경연대회 가야금 병창 부문에서 최우수상, 지난해 9월 진해에서 열린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판소리 초등부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명희(61) 명창은 "경상도 판소리는 일제 강점기 이후 맥이 끊어져 어려운 한 세기를 보냈다"며 "선배 명창들의 뒤를 이어 지방에서 노력한 결과가 효빈, 다빈이 같은 결실로 나타나 보람을 느낀다"고 기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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