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쌀 협상 이행계획서 수정안에 대한 회원국 검증이 완료됨에 따라 1년간 진통을 겪어 온 쌀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대신 중국 등 협상국들의 부가적 요구를 제한적이나마 수용해 준 것으로 나타나 향후 진행과정이 주목된다.
농림부는 "지난해 말 WTO 사무국에 통보한 이행계획서 수정안에 대한 회원국의 검증이 6일 끝났으며, 12일 WTO 사무총장이 이를 인증해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회가 6월 정기국회에서 이를 비준하면 쌀 보관이 어려운 장마철을 피한 9월께 수입 쌀이 들어와 시판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행계획서는 2005년부터 10년간 관세화를 연장하고 그 대신 저율관세 의무수입물량(TRQ)을 올해 22만5,228톤(1988~90년 소비량의 4%)에서 2014년 40만8,700톤(7.96%)까지 매년 균등하게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입 쌀 중 10%는 이르면 9월부터 밥쌀용으로 시판되며 이 물량은 2010년 30%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검증 기간 중 중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인도 이집트 등과 쌀 수입과는 별개의 ‘부가적 사항에 대한 후속 협의’를 체결했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에 끈질기게 과일 수입을 요구해 온 중국에 대해서는 체리와 사과 배 롱간 리치 등에 대해 수입위험평가(검역) 절차의 신속 추진을 위해 노력키로 합의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각 과일에 대한 8단계 검역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한 과일당 2~3년씩 걸린다"면서 "이번 협의는 이같이 복잡한 절차 진행을 좀 더 원활하게 해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의 복잡성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중국이 이들 과일에 대해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쌀 협상을 다른 품목과 연계치 않는다는 원칙에서 한 발 물러선 것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이는 95년 체결한 WTO 농업협정문 부속서에 명기된 ‘추가적이고 수락 가능한 양허(讓許)’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며 "검역은 과학적 절차를 요하는 까다로운 분야로 검역 당국이 주도하는 사안인 만큼 이들 품목에 대해 정부가 문을 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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