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의 뇌물 수수를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상 뇌물죄의 금액 기준을 올리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여야 일부의원이 뇌물죄를 가중처벌하는 기준 금액을 상향조정하는 특가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 등 여야 의원 14명은 1월 "가중처벌 기준 금액이 물가상승 등 화폐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안을 냈다. 현재 뇌물 액수가 1,000만원 이상일 경우 ‘5년 이상 징역형’, 5,000만원 이상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으로 돼 있는 특가법 기준 금액을 각각 3,000만원과 1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1990년 마련된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이를 조정해 적정한 양형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부패 추방을 바라는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다는 반발이 일었다.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투명사회로 나간다는 차원에서 오히려 기준 금액을 더 낮춰 그물망을 촘촘하게 만들어도 모자랄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도 "90년 대비 2004년 물가가 약 두 배 상승했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기계적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의원이 재반박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현재 특가법 적용을 받는 1,000만~3,000만원 안팎 뇌물은 실제 법원에서 과도한 형량에 대한 부담으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기준 금액을 현실화 하면 오히려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즉 특가법 적용 기준 금액을 높이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1,000만~3,000만원 미만의 뇌물은 일반 형법 적용(5년이하 징역)을 받아 실질적 처벌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법사위 전문위원 보고서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근거가 약하다는 반론이 많다. 최재천 의원은 "박 의원 주장대로라면 기준 금액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양형을 조정하는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갑배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도 "특가법의 형량이 높지만 현행 기준 금액으로도 법원이 감경 등을 통해 뇌물액수에 따라 적절한 실형선고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