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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독서 권장 앞서 도서관 증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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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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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의 별세일을 기념한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이나 도서관 주간은 4월에 있다. 겨울, 밤, 비가 올 때를 독서삼여(讀書三餘)라고도 한다.

독서에 때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은 책 읽기를 강요당한다. 범람하는 권장도서, 추천도서, 필독도서에 매달려 선택의 재미보다는 지정된 책을 지겹도록 억지로 읽느라 시달릴 판이다. 이를테면 올해 제41회 도서관 주관(4월 12~18일)에도 추천도서 목록을 작성하고 책 읽기 캠페인을 전개한다. 문화관광부는 ‘2005 청소년 책 읽기 운동’을 추진한다. 한국청소년연맹을 통해 중·고교를 대상으로 책 읽기 프로젝트를 공모해 ‘책키북키학교’ 200개 교를 선정하는 등 각종 행사를 한다.

‘아침 독서 운동’에 나서는 어린이도서관연구소에서는 추천도서 684권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초중고 교사가 교과서와 함께 활용해야 할 1,000여 권의 도서를 지정한 ‘독서 지도 매뉴얼’을 내놓았다. 교육부에서는 이른바 ‘독서 이력철’ 제도를 도입해 독서 활동 기록을 내신 성적에 반영할 예정이라 한다.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보는 곳은 다름 아닌 과외 시장이다. 이미 학원가의 독서 특강에는 초등학생까지 몰려들고 있다.

최근 서울대도 ‘대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100선’을 발표했다. 1993년도의 ‘동서 고전 200권’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었다지만 선정 교수들은 과연 이 중에서 몇 권이나 읽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앞선다. 어쩌면 100선 이외의 책을 더 많이 읽지는 않았을까.

기본적으로 책의 선택은 권장이나 강요의 대상이 아니다. 가장 치졸한 선물이 책 선물이라 했던가? 그러나 우리 사회는 도서선택조차도 간섭주의와 획일주의를 앞세운다. "내가 아무 짓도 하지 말아야 백성들이 스스로 넉넉해진다(我無事而民自富)"는 구절이 새삼 떠오른다. 서울대 권장도서에 들지 못한 도덕경의 한 구절이다.

쓰면 쓸수록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 지식과 창의력이다. 그러나 강요된 지식은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정말 서둘 일은 도서관 증설과 장서 보강이다. 동네마다 가까이에 장서가 풍부한 도서관이 있다면 저절로 책과 친해질 게다. 그러나 전국의 도서관은 겨우 1만 곳이 조금 넘는 실정이다. 그나마 대부분은 학교도서관이고 공공도서관은 500여 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선진국에 비하면 장서나 운영 등은 얼마나 열악한가?

조영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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