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일 시위가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네티즌 중심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공간과 쟁점을 넓혀 어느새 본격적 반일 시위로 번졌다. 1989년 톈안먼 사태나 99년 미군의 주 유고 중국 대사관 오폭에 대한 항의 시위 이래 최대 규모이고, 일부 과격 양상마저 띠었다.
중국의 시위는 역사왜곡 등 일본의 보수화 흐름에 대한 동아시아의 보편적 우려를 확인시킨다. 비슷한 문제로 반일 감정이 끓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시위 전개에 관심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과거사 반성의 결여가 부른 사태라는 점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와 역사 반성을 끌어낼 효과적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민족감정을 촉발할 위험도 있다.
체제 속성 상 이번 시위는 중국 정부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누적된 국민의 정치 열기를 해소할 창구를 열되, 자칫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좌절감이나 민주화 욕구 분출로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고난도의 제어가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그 한계는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중국 정부의 ‘방조’를 비난하지만, 중국 정부는 폭력 사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시위 자체는 ‘국민의 자발적 행동’으로 치고 있다. 바로 그런 상태에서 달라이 라마 방일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일 불만을 표출하고, 은근한 대일 압력을 넣고 있다.
한일 양국과 마찬가지로 밀접한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로 보아 중일 관계 악화는 일정한 한계 안에 있을 수밖에 없고, 어느 단계에서 절충점을 찾게 마련이다. 그 좌표는 국민 감정 충돌에서 양국 정부가 보인 태도에 의해 적지 않게 좌우된다. 중국 정부의 대내외 대응 모두 한국과는 크게 달랐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의 반일 시위에서 동지적 연대보다는 한국 외교의 장기적 부담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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