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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펴낸 조광권 서울시교통연수원장/ "청계천엔 역사·民意 흐름까지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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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펴낸 조광권 서울시교통연수원장/ "청계천엔 역사·民意 흐름까지 담겨"

입력
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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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 흐르는 것이 어디 물뿐이겠습니까. 청계천 바닥에 쌓인 흙과 오물을 파내는 공사(濬川·준천)를 앞두고 행여나 백성들에게 부담을 줄까 8년 동안 고심한 조선 영조의 위민(爲民)사상에서부터 지금의 복원 사업까지, 청계천 물길에는 오랜 역사와 정치사상이 흐르고 있습니다."

‘청계천 박사’로 유명한 조광권(59) 서울시교통연수원장이 11일 청계천 복원 과정과 그 역사적 의미를 담은 책 ‘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여성신문사 발행)를 펴냈다. 책에는 입안 단계에서부터 복원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로 뛰며 기록한 일지와 자료, 옛 문헌은 물론 지난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 ‘조선왕조 준천 과정에 나타난 위민 담론 분석’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책을 쓴 동기로 영조의 위민주의에서 느낀 감동을 들었다. "오랜 세월 토사와 오물이 쌓여 걸핏하면 범람하는 청계천을 준설하기에 앞서 영조는 8년간 백성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백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함부로 백성을 부리면 안 된다는 뜻이었지요. 개천변에 몸소 나가 주민들에게 직접 묻기도 했습니다."

이날 청계천에서 만난 그는 "절대권력자조차 그렇게 세심하게 민을 배려했는데 과연 우리 시대는 민의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을까요?"라며 새만금 사업, 행정수도 이전 등 각종 국책사업의 부실한 추진 과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역시 진행 중인 청계천 복원 사업에 관한 서술. 오는 9월 완료되는 이 사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책은 그 일화도 빼놓지 않았다. "‘이보게, 청계천에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하면 어떨까?’ ‘좋죠. 청계천을 복원하는 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노 교수는 귀가 번쩍 뜨였다. 방금 시원스럽게 대답을 해 준 사람은 캐나다에서 ‘물 처리’를 전공하고 돌아온 이 방면의 전문가였던 것이다. 그들이 바로 역사적인 청계천 복원 사업의 모닥불을 점화시킨 두 주인공인 연세대 사학과 이희덕 교수와 연세대 환경공학과 노수홍 교수다."(206쪽)

조 원장은 유명한 문학평론가 조연현(1920~81)의 장남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시 13회로 서울시에 들어와 서대문구청장, 교통국장 등을 지냈다.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집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청계천 복원의 전 과정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보잘 것 없는 책이 후배 공무원이나 행정학도들에게 ‘살아 있는 행정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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