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1일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공청회’에선 양측 수뇌부를 비롯해 800여명의 관계자가 통로까지 꽉 메운 가운데 뜨거운 공방전이 벌어졌다. 35개 안건 중 민생관련 범죄에 대한 경찰의 사실상 수사종결권 부여 등 19개 항목에 합의가 이뤄진 상태지만,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인 형사소송법 195조와 196조 개정에 대해선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핵심쟁점 형소법 195조는 수사주체를 검사로, 196조는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 독립을 위해선 이들 조항이 개정돼 검찰과 경찰을 대등한 수사 협조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청 김학배 수사기획심의관은 "실제 대부분의 사건을 경찰이 처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검사의 경찰 지배적 구조가 수사상 독점의 폐해를 불러오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고 사건처리가 지연돼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김회재 수사정책기획단장은 "수사의 효율성 외에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검사의 수사지휘가 필수적"이라며 "경찰 수사권독립 주장은 경찰의 조직이기주의이며 검사지휘 배제를 통해 ‘행정경찰’이 ‘사법경찰’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첨예한 설전은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총장의 인사말부터 시작됐다. 김 총장은 "경찰은 수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 받으면서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아닌 자율을 강조했다. 허 청장은 "경찰은 누구의 명령에 복종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감 있게 일하고 싶어하는 만큼 검찰과 상호보완 속에 협력해야 한다"며 ‘수사권 독립’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측 자문위원인 서울대 조국 교수는 "경찰을 (검찰과 함께) 수사 주체로 형소법에 명문화하되 중요 범죄에 대해서만 검찰에 지휘권을 부여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전망 양측이 상당부분에 합의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경찰은 "형소법 195, 196조가 개정되지 않는 한 다른 합의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역시 "양보할 것은 다 했다"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출범 후 4개월 논의 끝에 마련한 19개 합의안의 수용 여부조차도 불투명한 상태다. 만일 18일 자문위 최종회의에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청와대 등에서 강제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양측의 반발은 물론 양 조직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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