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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닭사료 분쇄기에 넣어 살해"/ 시사저널 '특수 공작원 증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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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닭사료 분쇄기에 넣어 살해"/ 시사저널 '특수 공작원 증언' 보도

입력
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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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김형욱(사진) 전 중앙정보부장을 닭사료 분쇄기에 넣어 직접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와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11일 발행된 최신호에서 ‘김형욱은 내가 죽였다’는 제목으로 전직 중앙정보부 특수 비선 공작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모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씨는 "79년 10월7일 밤 파리의 한 카지노 인근 레스토랑에서 영화배우 최지희씨를 기다리던 김씨를 최씨가 보낸 안내자처럼 행세해 납치했다"며 "캐딜락 승용차 안에서 김씨를 마취시킨 다음 밤 11시께 파리 서북방 외곽 4~5km의 외딴 양계장에서 닭 사료 분쇄기에 집어넣어 닭모이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흔적을 남기면 우리 정부가 곤란해지는 일이었다"며 "암살 1년 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서 함께 특수훈련을 받은 곽모씨와 암살을 진행했으며 직후 항공로 대신 육로와 해로를 이용해 스페인 이스라엘 일본 등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암살 지시에 대해 이씨는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도 몰랐고 차지철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에 의해 김씨가 서울로 납치돼 살해됐다는 풍문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파리로 가기 전 청와대 별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내가 믿었던 김형욱이 나쁜 놈이로구나’라고 통탄하면서 술을 따라주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이 ‘그놈 못쓰겠더라’고 하면 밑의 사람은 당연히 ‘각하 안심하십시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하는 것이 원칙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씨는 "과거 정보 총책임자였던 김씨가 함부로 떠드는 것을 막아야 했다"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는 사라져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최씨는 이씨의 이 같은 증언에 대해 "김씨를 만나러 파리에 갔던 여배우는 내가 아닌 다른 여배우"라고 부인했다. 그간 김씨 실종과 관련해서 추리와 소문이 무성했다. 81년 초 일본의 유력 시사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은 ‘오작교(烏鵲橋) 작전- 김형욱은 박정희에 의해 살해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상열 당시 파리 대사관 공사에 의해 납치된 김씨는 대한항공 화물기편으로 서울에 보내져 청와대 지하실에서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직접 처형됐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납치사건을 보도한 후 미국에 망명한 재미 언론인 문명자씨는 회고록에서 정일권 전 국무총리에게 들은 것이라면서 "김씨가 서울로 끌려와 산 채로 폐차장 압착기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썼다. 김형욱 자서전을 쓴 김경재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국제 범죄조직에 의해 파리에서 살해됐다는 얘기를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측은 "이씨의 주장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침투루트 지형지물 살해방법 등을 자세히 담고 있고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중정이 외국 정보기관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점, 박 전 대통령이 비밀요원과 직접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들어 이씨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시사저널 측의 협조를 얻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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