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유럽연합(EU) 사이에 3각 무역전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안별로 서로 물고 물리고 있지만 크게는 미국과 EU가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버티는 모양새다. 그만큼 중국의 수출 신장세가 눈부신 반면 미국과 EU의 대 중국 수출은 뒷걸음질 하기 때문이다.
◆ 심각한 무역역조 = 파이낸셜 타임스는 1,2월 중국의 대미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가 증가한 반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같은 기간 10%가 감소했다고 8일 보도했다. 중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무려 1,6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양상은 유럽도 비슷해 1,2월 중국의 대EU 수출은 무려 48% 증가했으나, EU의 대중국 수출은 2% 미만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무역역조는 지난 30년간 중국 섬유 제품의 시장 진입을 제한한 다자간 섬유협정(MFA)이 올 1월 종료된 것이 큰 원인이다. 여기에 중국의 중기계류와 철강 화학제품까지 가세해, 무역역조가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섬유분쟁 도화선 되나 = 연초부터 중국의 싼 의류가 쏟아지면서 미국과 EU 시장의 의류업계는 치명타를 입었다. 미키 캔터 전 미 상무장관은 "중국의 세계 섬유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치솟아 섬유산업 비중이 높은 개도국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상무부는 이 달 4일 중국산 섬유가 시장을 왜곡했는지 조사에 착수, 섬유 쿼터제 도입을 위한 사전조치를 취했다. EU도 8일 중국에 자발적인 섬유수출 억제를 촉구하면서, 수입제한 조치를 경고했다. EU권 섬유업 연합체인 유라텍스는 "이른 시일안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미국의 중국 때리기 = 미국은 재정·경상수지 적자란 쌍둥이 적자해소를 위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왔다. 중국이 저평가된 위안화를 고정시켜 막대한 이윤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예상 외로 버티자 보호주의자들은 실력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상원은 6개월 내에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하지 않을 경우 모든 중국 수입품에 27.5% 관세를 부과한다는 찰스 슈머(민주당)의원의 수정법안 논의에 찬성했다.
하원에선 던컨 헌터(공화당)의원이 환율조작을 수출보조금으로 간주, 해당국에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입법안을 마련, 대중국 압박수위를 높였다. 수세적 입장인 중국은 WTO 가입국이 편의적으로 수입제한을 할 수 없도록 ‘시장경제국 지위’ 획득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 미국과 EU의 갈등 = EU와 미국은 항공산업 불법 보조금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11일까지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WTO에 분쟁중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고, EU도 미국의 보잉사 지원문제를 꺼내 맞대응하고 있다.
EU는 또 미국의 반덤핑법(버드수정법)에 대한 대응조치로 5월 1일부터 미 상품에 대해 최고 15%의 추가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WTO 정신에 어긋난다는 WTO 결정 이후에도 미국이 반덤핑법을 폐지하지 않아 취해진 것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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